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가운데, 한 60대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 대원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맞이하고 가족을 지켜내 마을의 영웅이 됐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에 거주하는 레이첼 에드리(65)는 지난 7일 새벽 공습 경보를 듣고 마을의 대피소로 피신했다.
폭격이 잠잠해졌다고 생각한 에드리는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가 거실에서 하마스 무장세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집 밖에서는 총격 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에드리는 “테러범(하마스 대원) 중 한 명이 나에게 '당신은 나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그는 하마스 대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난 당신의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며 “내가 도와주겠다. 내가 당신을 돌봐 줄 수 있다.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하마스 대원이 총부리로 에드리의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지만, 에드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파인애플 통조림과, 차, 전통 쿠키를 대접하고 아랍 전통 노래를 부르는 등 하마스 대원들의 경계를 풀기 위해 애썼다.
한 대원이 “나는 코카콜라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자 에드리는 자신의 대처가 통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은 마시고 먹고 난 뒤에, 훨씬 더 침착해졌다”며 “우리는 대화를 나눴고, 어느 순간 그들이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것도 잠시 잊었다”고 전했다.
에드리는 20시간 가까이 하마스 대원을 설득하고 마음을 녹여낸 끝에 남편과 자신의 목숨을 지켜낼 수 있었다. 구조팀은 경찰관인 아들의 도움으로 기습 전 집 내부를 스케치해 하마스 대원들을 소탕했다고 전했다.
에드리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막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방문한 행사에 초청받았다.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하마스 대원은 이스라엘 여성이 악마가 아닌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느꼈고, 여성 역시 하마스가 테러리스트를 넘어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을 보고 공통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마스는 상대를 죽이러 왔지만 에드리의 친절함이 그 자신을 구했다”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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