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친환경 플라스틱을 적용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의 금속부를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첫 사례다.
LG화학은 글로벌 진공 로봇 전문기업 티로보틱스와 공동으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힐봇-H'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힐봇-H는 고관절에 착용하는 것으로 걷는 데 들어가는 힘을 줄여주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하체 힘이 약한 노인이나 재활 치료가 필요한 사용자들은 로봇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20% 보완할 수 있다.
티로보틱스는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목표로 경량 친환경 로봇을 개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페인포인트였던 경량화를 시제품 구조 분석과 소재 가공 기술력으로 해결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용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가 중요해 경량화가 필수다. 이와 함께 몸을 지지할 수 있는 금속 수준의 내구성도 요구된다.
LG화학은 기존에 금속으로 만들었던 구동부를 가벼운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바이오 PA56'으로 대체했다. 여기에 소재의 특성을 활용한 설계 콘셉트를 제안했고, 기존 4kg이었던 무게를 2.5kg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보행 보조형 웨어러블 로봇은 무게를 1kg 줄일 때 모터 출력 효율이 50% 이상 높아지고, 가격은 구동부와 모터 부담이 줄어 25%가량 절감된다.
바이오 PA56는 LG화학의 환경 소재 브랜드 '렛제로' 소재 중 하나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석유화학 소재와 중합해 만들어진다. 비슷한 물성을 지닌 다른 PA 소재(PA66, PA6)가 1kg당 8~9k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해 바이오 PA56의 탄소 배출량은 절반 수준인 4kg대에 불과하다.
심영보 티로보틱스 전략사업센터 개발1본부장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그램 단위로 무게를 경쟁하는 분야”라며 “LG화학과의 협업으로 가장 큰 과제였던 경량화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이라는 장점도 더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로봇 소재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올해 700억원에서 2030년 3000억원으로 연평균 25%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대응, 경량화라는 두가지 숙제를 모두 해결 할수 있어 로봇 소재 수요의 상당량을 충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명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마케팅부문 담당은 “고속 성장하는 헬스케어 로봇은 고기능 플라스틱에 대한 LG화학의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며 “기존 가전, 모빌리티 사업에서 확보한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다양한 로봇 제조사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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