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약 82조원에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다만, 향후 10년간 호환성 저해·차별 금지, 드라이버 소스코드 제공, 이행 감독을 하라는 조건의 시정조치를 내렸다. 서버 제조사, 정보통신(IT) 업체 등 국내 수요업체에 대한 가격 인상 등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VM웨어 주식 전부 약 610억달러(약 82조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을 지난 20일 조건부 승인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 반도체 하드웨어(HW) 업체 브로드컴과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업체 VM웨어 간의 기업결합으로 이종업체 간 혼합결합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VM웨어의 서버 가상화 SW가 브로드컴의 HW와 잘 호환되지만, 다른 경쟁사 부품과는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 검토했다.
특히, 심도있게 살펴본 시장은 서버 가상화 SW와 직접 상호작용이 필요한 부품 중 브로드컴의 점유율(64.5%, 2022년 기준)이 높은 FC HBA시장이다. 현재 FC HBA 시장의 주요 제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브로드컴과 마벨뿐이라 시장 독점화가 우려된다.
공정위는 VM웨어가 서버 가상화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 입지를 가지는 점, 부품사에 대한 호환성 인증시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는 점, 호환성 인증이 시장에서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점 등에 주목했다. VM웨어가 이와 같은 지위를 이용해 브로드컴의 경쟁사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방해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로 인해 브로드컴의 유일한 경쟁사인 마벨이 시장에서 배제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브로드컴은 FC HBA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봤다. 그 결과, FC HBA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자 선택권 제한, 품질 저하, 혁신 저해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브로드컴에 향후 10년간 경쟁사 및 신규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구태모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이번 시정조치로 브로드컴으로부터 FC HBA를 구매해 서버를 제조하거나, 브로드컴 FC HBA가 장착된 서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들의 가격인상 등 직·간접적 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