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다녀왔다. 북한의 핵무장 위협이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전쟁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들이 우리 주변에 근접해있다는 냉엄한 지정학적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 주변국의 재래식 전력 역시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방산기술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늘을 늠름하게 날아 오르는 KF-21의 위용을 보며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청춘을 바쳤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탱크와 장갑차, 잠수함과 이지스함, 군사용 드론과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치며 전력투구, 단기간에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냈을까 생각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단 방산 장비일수록 외국의 기술지원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그렇다보니 작은 부품에서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개발했어야 하는 상황을 극복해온 엔지니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해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성취를 일궈낼 것이다. 그런데, 몇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북한을 비롯한 세계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우리 실정에 비추어 개발과정에서 핵심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바로 그러한 부분 때문에 관련 기관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앞으로 우리 방산 수출이 늘고 기술개발의 해외 파트너가 점점 더 많아질수록 기술유출을 막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민수용 기술과 군사용 기술의 상호 활용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과 군사보안의 최적점을 찾는 일이야 말로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는, 관련 인력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공급이다. 그동안 반도체, 신소재, 인공지능, 차세대 에너지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대학의 정원 제한과 관련 분야의 민간 투자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공백을 메꿔온 것은 정부의 신속하고도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였다. 이제 국내총생산(GDP)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다. 그동안의 연구개발 확장 드라이브를 되돌아보면서 예산상 낭비나 고칠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는 최근 정부의 입장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당장 축소될 예산으로 인해 일자리 유지와 연구개발용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특히 방산관련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학·석·박사 계약학과 설치, 민군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선진화 등을 통해 연구개발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의 전공분야가 맞지 않는 이른바 '미스매치'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실업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 때, 방산관련 인력양성 지원을 통해 청년 일자리까지 마련해줄 수 있다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쇠락하는 로마군대를 걱정하며 4세기경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저술한 '군사학 논고'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준비에 있어서 이미 우리가 직면한 청년인구 급감 시대를 고려한다면, 그 책의 내용을 '방산 분야 발전을 원한다면 인력배출 구조 혁신을 통해 충분히 인력을 공급하라'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방위산업을 계속 키우기 위해서는 철저히 혁신해야한다는 교훈을 얼마나 가슴에 새기느냐에 우리 안보와 경제가 달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