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특수'가 가시화됐다. 양국은 공식 일정 첫날인 22일(이하 현지시간) 에너지·산업 분야 등에서 46개 업무협약(MOU)을 맺은데 이어, 23일에는 인프라·건설 분야에서 5개 MOU를 추가해 총 156억달러(약 21조1000억원) 투자협력 성과를 냈다. 또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고성능 무기 체계 수출도 성사 단계에 들어서면서 전체 규모는 446억달러(60조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을 갖고 “대공방어체계,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우리 방산 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동정세를 감안해 구체적인 무기체계 명칭 및 수출규모는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 방산업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35억달러(4조7300억원) 규모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양국은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156억달러(21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 및 MOU(양해각서) 51건을 체결했다. 지난해 왕세자의 방한 때 이뤄진 290억달러(약 39조2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을 포함하면 총 446억달러(약 60조3000억원) 규모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 기반 사업에서 최선도국인 대한민국은 수소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양국이 청정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체인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해 양국 기업 간 협력 과제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MOU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수석은 “(지난해 11월 방한으로부터)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290억 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9조3000억불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착공, 벤처 투자를 위한 1억6000만불의 공동펀드 조성, 현대로템의 60억불 네옴 수소철도 입찰 참여 추진, 터보윈의 300만불 규모 합작법인 설립계약 체결 등 후속 조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의 오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참석하는 이례적 일도 있었다. '네옴시티'를 포함한 중동 인프라 건설 사업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 등을 위해 사우디 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가 아닌 기업 관계자가 정상간 만남에 배석하는 일은 관례상 드물다는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 둘째날인 23일 알 사우드 대학에서 사우디 청년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뒤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어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과 동행 경제인 만찬을 통해 양국 간 미래 협력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한-사우디 협력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인 청년, 과학기술인, 경제인들과 만나 분야별 교류 협력을 적극 독려하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갈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