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8〉선두주자가 된다는 것

컨텐더(Contender). 경쟁자라는 의미다. 15세기 영어로 편입된 후 줄곧 무언가를 위해 경쟁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데 사용됐다. 주로 챔피언이나 타이틀 자리에 도전하거나 경쟁하는 사람에 쓰인다.

서술적 대치어는 공교롭게 프리텐더(Pretender)인데, 두 단어 모두 무언가를 위해 경쟁하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단지 프리텐더는 도전자인 체하지만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이 없는 경우다. 처음에는 그런 척 속일 수 있겠지만 결국 실패할 운명이다. 그러나 다른 컨텐더와 프리텐더는 '진정한 경쟁자'와 '척하는 사람'으로 변역하면 적당하겠다.

혁신의 목적은 무엇일까. 여기엔 긴 스펙트럼의 다양한 선택이 있다. 하지만 이 긴 끈의 끝에는 단 두 가지만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중 한 가지를 뭐라고 하든 다른 하나는 선두를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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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보잉을 대담한 도전의 기록으로 점철된 기업이라 말한다. 창업자 윌리엄 보잉(William Boeing)의 부친 빌헬름 뵈잉(Wilhelm Boing)은 미국 이주 후 철자를 지금처럼 바꿨는데, 이것이 지금 보잉에 사용되는 것이다.

여하튼 사업은 번창했고 B-17, B-29 같은 폭격기는 보잉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947년 B-47이라는 제트엔진을 단 폭격기도 내놓는다. 비록 냉전이 시작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폭격기 수요는 급감한다. 상용기 시장이 대안이었지만 어느 항공사도 보잉을 상용기 메이커로 생각하지 않았다.

보잉은 상용 제트기 시장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말 그럴 건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었다. 업계 선두이던 더글러스는 프로펠러기를 고수하기로 정한 참이었다. 보잉도 1940년대 상업용 항공기 모델로 307과 377 모델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베스트셀러는 더글러스의 DC-3과 록히드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었다.

문제는 경쟁뿐만 아니었다. 상용 제트기 개발에는 5년간 벌었던 이익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보잉 707를 출시했고 항공사들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한 해 뒤 더글러스는 DC-8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내놓지만 판을 뒤집지 못한다.

거기다 707의 성능은 DC-8보다 대체로 나은 것으로 평가됐고, 이렇게 성능과 신뢰성에서 보잉의 명성이 만들어진다. 물론 707이 1000대 넘게 팔렸던 반면 DC-8는 그 반절 정도였다.

IBM의 원래 이름이 컴퓨터 태뷸레이팅 레코딩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계를 주로 팔던 고작 50명 짜리 기업이 사명에 굳이 인터내셔널이란 것을 박아야 하겠다고 나선 것이 1924년이었다.

동경통신공업이란 기업의 사주는 어느 날 사명을 바꾸고자 한다. 고작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만들고 있었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찾았다. 설에는 라틴어 소누스(sonus)와 영어 서니(sunny)에서 찾아낸 조합이 소니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얼마 뒤 이건 소비자들에게 품질, 혁신, 창의성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소니의 사명을 바꿨던 모리타 아키오(Morita Akio)는 실상 소니의 운명을 바꾼 참이었다. 누군가는 소형라디오가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줄 알지만 이제껏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상용화한 곳은 없었다. 겨우 군장비로 쓰였고 개발한다고 비싸서 살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거기다 이 조그만 기업이 그럴 수는 없다고 봤다.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나름 경영전략의 일부다. 그런만큼 이것 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자신의 운명은 다르다는 듯 이걸 선택한다.

모리타는 의구심 많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 더 이 프로젝트를 흥미있게 합니다.” 도전이란 단어는 진정 이런 기업을 위해 아껴둬야 할 법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