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존 방안은 역시 '고객'…“가격 뛰어넘는 소비자 유인책 발굴해야”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에이스트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에이스트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혹한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고객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고객의 고려사항이 가격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만큼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세분화된 서비스로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영 상명대 교수는 23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에이스트림에서 내년 스타트업계 키워드를 '드래곤 아이즈(Dragon's Eyes)'로 명명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역량으로 화룡점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 AI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으로 분·초를 다퉈야 하는 세태를 짚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환경 속에 시청 영상 추천 등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고도화된 것이 그 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식당 예약 앱처럼 고객의 시간 효용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극복방안으로 제시됐다.

가격 세분화 전략 필요성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일물일가' 원칙이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하나의 물건에 여러 개의 가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함에 중점을 두고 해피아워(특정 요일·시간에만 할인 적용), 첫 구매 쿠폰, 옵션 다양화 등 고객 점유 시간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보통 시대와 트렌드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라면서 “고객이 계속해서 중요하게 생각할 가치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무엇이 미래의 습관이 될까'를 사업에서 염두에 두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창업멤버인 그는 초창기 카카오톡이 적자가 지속됐음에도 서비스를 지속했던 이유를 소개했다. 당장의 수익성이 아니라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습관으로 바뀌어 '게임체인저'로 등극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배달·택시 등 플랫폼, 구독경제 서비스 등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는 국민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박 대표는 “모든 파괴적 혁신은 하고싶은 것과 하고싶지 않은 것 사이에 있다”면서 “개발한 서비스가 최소 3년 후에는 습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유럽 현지 진출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김영심 비즈니스핀란드 선임상무관은 핀란드 현지 기업의 유치 정책과 스타트업 축제인 슬러시드를,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노키아가 100% 출자한 NGP캐피탈의 스타트업 투자 지원책을 소개했다.

=서귀포(제주)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