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지창욱, “박준모 역, 치열하게 다가간 다면적 표현의 즐거움”(인터뷰)[종합]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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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선택과 변화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데 매력을 느낀다. '최악의 악' 또한 치열하게 노력한 기분좋은 작품” 배우 지창욱이 느와르물 '최악의 악'을 이같이 되새겼다.

24일 서울 종로구 카페 포엠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열연한 배우 지창욱과 만났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박준모가 조직에 잠입하는 언더커버 수사 스토리의 범죄액션물이다.

지창욱은 극 중 핵심인 언더커버 형사 박준모 역으로 활약했다. 동료경찰이자 아내인 의정(임세미 분)을 향한 자격지심, 보스 기철(위하준 분)과의 사이에서 비롯된 연민과 질시, 개인적인 성공욕심 등이 복합적으로 뭉쳐진 감정선과 함께, 진짜 조직 멤버로 흑화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글로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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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말투와 함께, '최악의 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연기관점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최종화 직전 소감?

▲지난해 8월부터 올해까지 촬영했던 순간들이 벌써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다.

-대본 속 캐릭터 첫 대면과 함께,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회?

▲재밌는 인물관계 속에서 캐릭터의 변화를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감독님과 생각이 잘 맞는다는 것을 느끼며 처음 시작했은.

그러한 생각들이 작품으로 잘 가다듬어졌다. 재밌을지 여부는 가늠이 잘 안됐지만, 매 작품 그랬듯 치열하게 작업했기에 자신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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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장르물과의 차이는?

▲신세계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전형적인 느와르 플롯이 주는 재미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장르 자체의 기시감과 함께, 완전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기존의 이야기를 저희 색을 담아 얼마나 더 잘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악'은 강남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불량서클 느낌의 강남연합이라는 설정과 함께, 선글라스를 늘 착용하는 서종렬(이신기 분) 등 각 캐릭터들의 스타일링과 맞닿는 유채색의 조직감과 함께 시리즈물로서의 풍성한 인물서사, 치정이 더해진 장르적 변주 등을 품고 있어 기존 느와르와는 다른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잠입하는 준모·도와주는 의정, 부부의 공조에 대한 현실성 설득?

▲현실성 여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를 신경쓰면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과 함께, 감독님의 톤앤매너를 따라 이야기의 힘을 집중해보여주는 데 힘썼다.

부부간 협동작전에서 비롯된 갈등이 인물관계를 흩어뜨리는 결말로 연결되는 바를 좀 더 섬세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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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임세미 분)·해련(김형서 분) 등 두 여성캐릭터와의 로맨스 표현?

▲멜로라는 생각보다는 관계 속 기싸움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 물론 멜로가 빠지지는 않겠지만, 실제 정의하면 스토리흐름이 틀어질 것 같았다.

우선 의정과는 사랑하는 부부지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는 설정을 두고, 잠입수사와 함께 애틋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해련과는 해석의 여지를 일부러 두고자 했다.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 없는 모호한 지점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거듭되는데, 이를 통해 색다른 여운을 주고자 했다.

-준모에게 거듭되는 가혹한 설정?

▲가혹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몰릴수록 더욱 틀어지는 관계와 함께, 작품의 매력이 더욱 상승하리라 생각했다.

특히 장모상 장면은 그랬다. 촬영하면서도 먹먹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는데, 그를 통해 조창식 검사 등 주요 인물들과의 갈등지점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상황전개에 따른 수사집착은 단순히 진급이라는 명예욕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조폭으로서 더 잘 나가는 상황이 있었으니까.

자격지심·열등감·명예욕 등의 감정과 함께, 잠입수사 과정에서 비롯된 잘못들을 스스로 합리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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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모 캐릭터의 비주얼접근은?

▲기철이 초반의 세련됨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구도와 반비례해 점점 색깔을 입어가는 모습으로 접근했다.

투박한 시골형사에서 언더커버 수사와 함께 조직보스의 오른팔까지 올라가는 과정 속에서 점점 본연의 색감을 드러내는 준모의 모습을 스타일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 액션 신은 현재까지 '최악의 악' 속 지창욱의 하이라이트다. 비하인드는?

▲강남연합 사무실 액션신은 3~4일 정도 부분을 나누어 촬영했다. 최초 야외설정과는 달리 사무실로 배경을 바꾸는 동시에, 기철과 의정, 준모와 해련 등 네 사람의 구도를 보여주자는 감독님의 설정으로 성사됐다.

합을 짜는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복도 칼액션은 사실 원테이크 컷인데 감정이나 비주얼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그러한 설정이 잘 안드러나더라(웃음).

사실 그 장면에서는 준모의 흑화를 바라보는 의정의 다양한 감정들이 주로 비쳐져야 하기에, 오히려 그러한 시선이 좋았다라고 생각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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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호흡한 위하준과 파격적인 케미의 김형서(비비) 등 동료배우들과의 에피소드는?

▲우선 (위)하준은 시니컬해보이지만 즐겁고 귀여운 친구다. 쫑파티에 울 때도 그저 귀엽더라(웃음). 현장에서는 물론 일상에서도 같은 배우동료로서 부끄럽지 않고 시너지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배우다.

현장 동료로서는 경력 여부를 신경쓰지 않는데, 특히 형서(비비)배우는 그런 걸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해왔다. 제가 꾸준히 덜어내려고 하는 습관적 표현이나 호흡들이 없는 형서 배우와의 연기를 통해 신선함을 느꼈다.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 모두가 끈끈하게 호흡하면서, 기철 내실침입을 위한 암호키 욕설신을 비롯한 여러 애드리브 장면이 탄생되는 등 현장 케미가 좋았다.

-양면적 감정선의 캐릭터가 많은 필모그래피. 선택하는 방향성이 그러한지?

▲인물이 감정적으로 다채롭고 표현할 게 많다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선악구분 보다는 인물의 선택과 변화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데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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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뭔가 거창하게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 매 작품마다 그렇지만, '최악의 악' 또한 모두가 재밌게 만들어내자고 치열하게 노력한 기분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차기작에서의 이미지?

▲내년 공개될 JTBC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편안한 생활감의 느낌을, 영화 '리볼버'나 티빙 '우씨왕후' 등에서는 파격적인 느낌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변화된 제 모습을 보는 게 스스로 재밌다.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기대한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