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향후 혁신과 성장을 담보할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 부족이 심각하다. 구직자들이 기업 연구현장을 돌아보도록 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달 11~15일 연구소 전담부서 보유기업 9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잖은 기업이 연구인력 규모를 유지·확대하고 싶어하지만,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509곳 기업이 3년 내 현행 연구인력 규모 유지, 417곳 기업이 확대 계획이 있다고 했다. 축소 의사를 전한 곳은 14곳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적었다. 기업들이 연구인력의 중요성을 높이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연구인력 채용의 어려움이다. 전체 응답 기업의 50.2%에 해당하는 472곳이 어려움을 전했다.
'관련 분야 경력 및 경험을 갖춘 인력을 찾기가 어려움(27.3%)' '필요로 하는 직무 분야의 지원자 수 부족(24.9%)' '전문적(석박사 등) 지식을 갖춘 인력 구하기가 어려움(12.1%)' 등 원하는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전적인 문제와 직결된 '임금 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음(18.5%)' '신규 채용 여력 부족(16.6%)' 답변도 있었지만 비중이 높지 않다.
산기협이 지난 6~7월 별도 진행한 700개 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필요 연구인력을 90% 이상 확보한 기업이 14.3%에 불과했다. 필요 인력을 50% 미만 확보한 기업이 30.3%나 됐다.
인재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현재 세계는 인재 전쟁 중으로, 첨단 산업을 이끌 인력 확보에 치열한 경쟁 중이다. 영국과 호주, 일본 등이 이민제도를 개편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고 미국도 AMD와 인텔 등이 이민법 개정을 국회에 청원했다. 우리나라는 인력 스카웃의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이에 기업 연구개발(R&D) 관련 인력들을 위한 '기술개발인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현장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인재 확보 전쟁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개발인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은 금전적 보상만큼 자긍심 등 '내재적 보상'을 중시하는 R&D인들에게 중요한 기업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연구자를 낮게 보는 사회적 인식 문제해소에 기여한다.
구자균 산기협 회장은 “필요한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기업은 14% 남짓에 불과해 기업과 정부,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한다”며 “기술개발인이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기술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