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F 2023]배터리와 미래에너지 기술의 향연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배터리 생산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오는 2035년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가 61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210억달러에 비하 5배 이상 성장하는 수치다.

덩달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아직은 폐배터리 시장이 초기여서 관련 기업들이 폐배터리 처리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전문가들은 폐배터리 시장규모가 2025년 3조원에서 2030년 12조원, 2040년에는 87조원에서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치 편차가 큰 이유는 그만큼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와 미래에너지에 특화해 관련분야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DGIST 컨벤션홀에서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로 만드는 내일, DGIST와 함께'라는 주제로 'DGIF 2023(DGIST Global Innovation Festival 2023)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DGIST가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DGIF 2023을 열었다.
DGIST가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DGIF 2023을 열었다.

올해 DGIF 주제를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로 선정한 이유는 전고체 배터리, 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에 대한 시장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기술 협력과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문이다.

국양 DGIST 총장은 'DGIF 2023' 개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분야에서 기술적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친환경 에너지 및 이동수단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DGIF가 배터리와 미래에너지 기술 및 연구동향을 공유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소중한 교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DGIST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차세대 에너지관련 산·학·연 국내 최고 전문가 30여명이 모여 열띤 강연을 펼쳤다. 행사에는 학내 연구자와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 산·학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DGIF는 배터리와 미래에너지분야 DGIST 연구현황과 우수연구 인프라를 소개해 국내 관련분야 기업 및 연구소간 협업 기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한국태양광발전협회, SK머티리얼즈, 엘앤에프,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씨아이솔리드, 성림첨단산업 등 미래 에너지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 및 연구자들이 참석해 연구개발(R&D) 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DGIF 2023에서 김진혁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전남대 교수)이 탄소중립을 위한 최신 태양광 산업 및 기술개발 동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DGIF 2023에서 김진혁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전남대 교수)이 탄소중립을 위한 최신 태양광 산업 및 기술개발 동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특히 기조강연에는 LG에너지솔루션 신영준 부사장이 참석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연구 현황'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5조원 매출에서 올해 33조~35조원 매출이 기대되는 글로벌 배터리 전문기업다. 신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개발현황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을 안정적으로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진혁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도 기조강연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최신 태양광 산업 및 기술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산업화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급증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고, 기후변화정책과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온실가스 순제로배출 목표 등 재생에너지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상반기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빅2(중국과 미국) 시장 수요증가로 지난해 대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태양전지 및 모듈 수출액도 올 상반기에 지난해 대비 50.2%나 늘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수소에너지가 급속히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도 수소 수요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 수소에 의해 대부분 충족되고 있어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기술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는 배터리와 미래에너지 세션으로 구분해 열렸다. 배터리분야 발표는 장성균 앨엔에프 사장, 강병우 포스텍 교수, 홍승태 DGIST 교수, 이서재 SK머티리얼즈 박사, 이홍경 DGIST 교수, 박석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부사장, 우중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김성훈 씨아이솔리드 상무(연구소장), 정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김종민 DGIST 선임연구원이 맡았다.

DGIF 2023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DGIF 2023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배터리 세션 발표자로 나선 장성균 엘앤에프 사장은 이날 '에너지시장 변화와 양극소재 기업의 대웅 및 진행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사장은 “에너지시장은 기존 전선망 연결형·집중형·화석연료시장에서 이동형·분산형·친환경시장으로 대전환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시장 변화는 단순히 제품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이런 에너지 메가트랜드 변화중심에는 이차전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튬 이차전지용 실리콘 음극재'를 주재로 발표한 이서재 SK머티리얼즈 박사는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와 충전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리튬 이차전지 고성능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 음극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수요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전기차와 스마트폰에 이미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석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부사장은 '리튬이온전지용 핵심 광물 추출 기술 및 자원 재활용 기술동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부사장은 “현재 리튬이온전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양극재로 사용되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전략금속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 원료 확보가 절실하다”면서 “이차전지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사용후 배터리를 재활용해 다시 이차전지 전극물질로 공급하는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박 부사장은 이어 이차전지 원료인 리튬화합물을 제조하는 기술동향과 폐배터리에서 양극재까지 에코프로의 배터리 생태계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김성훈 씨아이솔리드 상무는 자사가 개발중인 이차전지 전극공정 장비와 고체전해질 소재 제조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김 상무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이차전지는 원가절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차전지 제조공정은 전극공정, 조립공정, 화성공정으로 구분하는데 이 가운데 라인투자의 약 30%, 생산에너지소비 20%를 차지하는 전극공정분야에서 건식코팅방식 적용은 기존 습식코팅의 한계를 개선하는 혁신적 공정개발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훈기 KIST 박사는 '황화물 기반 전고체 전지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정 박사는 “리튬이온전지의 빈번한 화재 및 폭발사고는 안전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이차전지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이차전지 시스템 가운데 안전한 전고체 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전고체 전지는 토요타와 현대차 등에서 전기차용 차세대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현재는 상온 이온전도성이 우수해 셀과 전극으로의 공정성이 우수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소재를 적용한 전고체 전지가 가장 앞선다”고 말했다.

미래에너지 세션에는 김동환 성림첨단산업 사장, 신동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송현철 KIST 박사,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김정민 DGIST 선임연구원, 최효성 한양대 교수, 백정민 성균관대 교수, 고용민 DGIST 선임연구원, 오민욱 한밭대 교수, 박수동 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사가 강연했다.

@DGIF2023

김동환 성림첨단산업 사장은 '국내 희토자석 개발현황과 탈중국공급망 형성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영구자석의 지속적인 수요증가와 희토류 등 중국에 집중된 자원 편중 및 고갈 문제를 지적했다. 김 사장은 “친환경차, 저에너지소비형 가전, 풍력이나 태양열발전 등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중 하나가 영구자석”이라면서 “1900년초반 영구자석이 첫 개발된 이후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돼 현재는 산업 전반에 걸쳐 에너지 절감 및 기기 소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자원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면서 “획기적인 기술진보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효율적인 전기화학적 수소를 위한 전략 및 수소 운반체 연료 생산'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심 교수는 “전세계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이 가운데 수소, 탄화수소, 암모니아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가장 유망한 재생 가능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