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R&D삭감에 벼랑 끝 몰린 중소기업…“원상복구 외엔 해법없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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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일괄 삭감하면서 3000여개 기업이 R&D를 중단할 위기에 놓였지만 대응 방안은 많지 않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계속과제 예산을 일정 수준 되살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중소기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중소기업 R&D 예산 삭감에 따라 할 수 있는 후속 대응은 협약변경, 신규과제 예산 전용, 정책자금 연계 정도 외에는 많지 않다. 현재 정부가 제출안 예산안대로 내년 예산이 확정될 경우 이미 사업을 개시한 계속과제는 정상 일정대로 사업 종료가 불가능하다. 정부 출연금 없이 기업부담금만으로 기존 R&D를 이어가거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통상 국가 R&D는 사업 선정 안팎으로 전문기관과 주관연구기관이 연구개발과제 협약서를 체결한다. 다년도 과제는 차수 년도별로 정부출연금과 기업부담금을 기재해 협약 내용대로 출연금을 교부하는 식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기정원 등 전문기관에서는 연차 단계별 실적과 계획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관장 결정에 따라 협약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계속과제 예산이 일제히 삭감된 사례는 그간 없었다. 협약 체결이 미뤄지거나 아예 체결되지 않아 실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구매조건부 R&D와 같은 특정 사업이 수요처 구매동의 철회로 협약이 중단되는 경우 외에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R&D기관 관계자는 “3000개가 넘는 과제마다 협약을 하나하나 평가위원회에서 검토해 변경하거나 해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 “협약사항 변경이라고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사실상 2월까지만 예산을 교부한 뒤 정부가 통보식으로 협약을 바꾸고 지원을 종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부처 안팎에서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한 행정소송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이유다. 예산 사정 등에 따라 기관장이 협약 변경과 해약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업 전체 예산이 삭감된 사례는 그간 없던 만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신규과제와 계속과제간 형평성도 문제다. 동일 목적 사업인데도 내년부터 시작되는 사업에는 정상적으로 출연금이 교부된다. 사업의 큰 틀이 바뀐게 없다. 예산이 삭감된 계속과제가 '뿌려주기', '카르텔' R&D라고 지목하기에는 궁색하다. 이렇다 보니 내년 신규과제 사업 개시 이전 편성된 예산을 계속과제로 전용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가 R&D 사업 신뢰도 역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야당에서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예산삭감이 주먹구구 이뤄지면서 이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뿌려주기', '카르텔'이 문제라면 새로 시작하는 과제부터 문제되는 사안을 해결해야 했지만, 실제 정부가 가져온 예산안은 그러지 못했다. 면밀한 검토 없이 기존 사업 과제는 모두 카르텔로 취급해 일제히 삭감했을 것이라는 게 야당 시각이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계속사업 R&D예산은 '원상복구'외엔 답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말로만 민생을 외치니 정부 부처도 현장과 사전소통 한번 없었는데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