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산업은행과 노조 등 여러 이해관계자 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양사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화물 노선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관련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기업결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EU와 함께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사회가 화물 사업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면 시정안을 EU 경쟁당국에 제출하고, 3∼4개월 내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결정하면 미국도 같은 판단을 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물 사업 매각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두 항공사 합병이 무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양사 합병이 국익이나 국민의 편의, 항공산업 발전 저해는 물론 고용 유지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EU와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화물 사업부를 분리매각 하는 방식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와 인력을 줄이고, 결국 공항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해외 항공사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피해가 상당하다. 합병이 불발되면 대출 연장이 불투명해 아시아나항공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3조6000억원대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단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산은의 입장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박하는 카드로 볼 수 있다. 합병 불발시 이미 3조원을 투입한 채권단이 추가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을 살릴 경우 공적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해선 대한항공 인수 외에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화물사업 매각이 필요하고, 이를 성사시키려면 노조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노조를 설득하려면 무엇보다 화물사업 매각 이후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고용 유지 방안을 내놔야 한다. 캐시카우인 화물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할 경우 배임 소지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더라도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 매각에 따른 고용 문제는 당사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관련 직원들이 회사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다른 항공사로 옮겨야 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도 관련 직원들의 고용 유지는 물론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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