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사가미 순사쿠라는 한 기업인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후계자를 찾지 못해서 줄줄이 폐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제조 중소기업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기업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직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사가미 순사쿠 대표는 폐업 직전에 몰린 중소기업들을 인수할 적절한 대상 기업들을 인공지능을 통해 추천해 주는 M&A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AI로 고령 사업가에게 후계자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업종, 기업의 위치와 규모, 실적을 고려해서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연결해준다. 특히 해당 기업의 M&A 방식이 더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현장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조 경쟁력 상실을 위협받고 있는 일본 경제에 적절한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제조 현장에 AI 기술을 도입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제조기업들 역시 제조 현장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후계자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 현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 후계자들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내국인 모집은 반 포기 상태인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국내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정부 통계상 2022년 말 기준 불법 체류자는 41만1000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18%이다. 체류 자격을 위반해 취업하고 있는 경우를 비롯해 파악되지 않은 불법 체류자도 많다. 한국의 불법체류자는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수치는 국내 산업 현장의 외국인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릿한 내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숙련공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특정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지금의 제조 현장의 상황이 얼마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도가 높은지를 반증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제조 현장의 노하우를 전부 외국 근로자들에게만 전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기업들은 센서와 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해 현장 장인들의 노하우가 유실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기계학습과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다른 센서의 입력 데이터를 통해 실제 물리적 센서의 측정이 누락되거나 없더라도 향후 온도, 압력, 산도, 밀도와 같은 제조 공정 중 특정 순간에 있을 매개 변수를 예측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예측·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 비전,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물리적 로봇, 전통적인 기계학습, 그리고 딥러닝 등 AI 유관 기술들을 동원해 장인들의 눈과 귀, 손 끝에 남아 있는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지속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결함 탐지, 프로세스 최적화·가시화라든가, 예측적 유지보수, 수요계획과 품질 관리 등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 산업 부문에서 생산·제조 영역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비율은 소수의 선도 기업들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적 역량도 자금도 부재한 상황이다. 국내 제조 현장을 지켜왔던 장인들의 노하우가 더 유실되기 전에 이들의 노하우를 시스템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