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냉장고 문 달기 속도 낸다…전기요금 인상 해답될까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한 CU장안관광호텔점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한 CU장안관광호텔점

편의점이 냉장고 문 달기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가맹점주 대상 수요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본격적인 설치 작업에도 착수했다. 전기 요금 인상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냉장고 문 달기 사업이 편의점주 부담을 덜어줄 해답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일부 점포의 냉장고 문 달기 설치 작업을 개시했다. 이르면 내달까지 80여개 점포의 설치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CU는 지난달 잔여 계약 기간 3년 이상인 점포를 대상으로 냉장고 문 달기 사업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CU는 한국전력에서 승인한 점포 10여곳부터 우선적으로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설치 비용 40%(사업자 당 160만원 한도)을 지원하는 가운데 나머지 비용은 CU와 가맹점이 기존에 계약한 수익 분배 비율에 맞춰 부담한다.

GS25도 수요 조사를 마치고 설치 희망 점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점포별로 상이한 냉장고 장비 종류, 규격, 공간 배치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실사를 마친 점포 중 설치가 여의치 않은 곳을 제외한 나머지 점포에 한해 한전에 지원 사업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마트24도 최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대한 안내와 함께 수요 조사에 돌입했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점포를 내달 3일까지 취합한 후 순차적으로 실측 작업에 돌입한다. 세븐일레븐은 자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시작된 냉장고 문 달기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실시하는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사업이다. 편의점·슈퍼 등 소상공인이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할 경우 정부가 소요 비용의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책정된 예산은 총 100억원으로 약 1만대의 냉장고 문 달기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 받는 이유는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한 이후 전력사용량은 평균 51.5%, 여름철 최대 60.6%까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냉장고 문 1㎡당 약 22만40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편의점주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일반용(갑) 평균 요금은 70만179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5.7% 증가했다. 일반용(갑) 요금은 통상 상업용 건물 내 사용자에게 적용하는 요금으로 소상공인 요금제로 분류된다.

비싼 설치 비용과 공간 제약 등은 냉장고 문 달기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다. 점포 크기와 모양, 장비 연한 등이 제각각인 편의점의 경우 일괄 설치가 불가능하다. 현재 편의점 4사는 모두 전기요금 지원 항목을 없앴다. 연말 발표될 상생협의안에 냉장고 문 달기 등 에너지 지원 방안이 담길 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조사 이후 비용 문제로 포기하는 점주가 많았다”며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내년도 사업 규모에 따라 가맹본부 지원 방안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