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에 이어 내년도 정부 예산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예산, 불요불급하거나 부정지출이 확인된 예산을 조정해 '약자보호'와 '성장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포인트(P)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건전재정'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총 23조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하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정 건전화 노력을 꼽았다”며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 △약자보호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약자보호 예산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생계급여 지급액 4인가구 기준 183만원4000만원(기존 162만원)으로 21만3000원 인상, 기초·차상위가구 청년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소상공인 저리 융자 제공 및 고효율냉난방기 구입비용 연간 최대 500만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홍수 피해 억제를 위해 하천준설·정비, 조기경보망 확대 등도 추진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 예산에도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AI(인공지능), 바이오, 사이버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공급망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광물의 공공 비축도 늘리겠다”고 했다. 원전, 방산, 플랜트 분야의 해외 수주 지원을 위해 수출금융 기관의 자본금을 보강해 수출금융 공급을 확대한다.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선 “중소기업이 자금 여력 부족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기술개발 분야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의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노동과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해선 “저출산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님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국회에는 예산안의 차질없는 심사를 요청했다.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예산안 시한을 넘겨 처리됐다. 특히 674조원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국가재정 인프라 예산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클러스터 인프라 사업, 고속철, 신공항 건설 사업 등으로, 민간 투자의 마중물임과 동시에 경제 동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