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해 기존 삭감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예산 삭감에 따른 우려를 인지해 별도의 보완점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질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기술 투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R&D 예산과 딥테크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 확대를 약속해 예산 증액 포문이 열릴 가능성도 동시에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는 대폭 증가하였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정부의 R&D 정책을 '방만한 재정'으로 규정하며 내년도 R&D 예산은 큰 틀에서 삭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정부는 '비효율성 혁파'를 내세우며 내년도 R&D 예산을 25조9152억원으로 올해 31조778억원에 비해 16.6% 감소 편성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중소기업계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최근 R&D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예산안에는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원천 기술, 차세대 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R&D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겠다”고 했다.
이와 함게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삭감된 중소기업계의 R&D에 대한 복원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여력 부족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기술 개발 분야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의 딥테크 분야에 대한 R&D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 R&D는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나눠먹기·뿌리기식 예산 사업이 많은 곳으로, '카르텔'이라 지적한 주요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큰 폭의 예산 복원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도 중소기업 R&D 예산은 1조3208억원으로, 올해보다 삭감 비율이 25.4%로 깎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