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2023년 통신 강국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짜장면 시키신 분~”

1990년대 후반 유명했던 통신사 광고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서도 휴대폰이 '잘 터진다'고 알리는 당시 광고는 큰 화제였다. 실제로 해당 통신사는 어디서나 잘 터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고, 지금은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로 성장했다.

2023년 대한민국은 통신 강국이 됐다. 1996년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한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3G부터 5G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현재는 6G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통신기술 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6G 전국망 구축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농촌지역까지 5G 전국망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2026년까지 세계 최초로 6G 기술을 시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률이 100%에 이른다는 뉴스를 접하고 문득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보니,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지금 우리는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은 물론, 금융, 의료, 쇼핑, 심지어 업무까지 손안에서 처리한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뉴노멀'이 됐다.

연도별 통신사 5G 망 구축 계획
연도별 통신사 5G 망 구축 계획

그러나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 땅에서도 아직 통신 전파가 닿지 않는 '통신 음영(陰影)지역'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 접수되는 민원이 매년 1000건 이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분쟁조정위원회도 매년 1000건이 넘는 통신분쟁을 조정하고 있고, 이중 통신 품질 불량이 100건을 상회하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신이리와 품안리도 통신 음영지역에 해당한다. 34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작은 마을은 아니다. 통신 음영지역에서 발생하는 긴급상황은 심각한 문제다. 집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유선전화를 통해 119에 신고라도 하겠지만, 야외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경우 더 큰 화를 입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가 보편적 통신 복지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농어촌 5G 공동이용 상용화 계획
농어촌 5G 공동이용 상용화 계획

지난 한 달 간 치러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통신 음영지역 문제는 통신사만이 안고 해결할 것이 아니다. 보통 음성통화가 불가한 지역은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 많은 데, 이런 지역은 설비 인프라가 부족할뿐더러 기존에 설치된 전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송전 철탑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송전 철탑을 아무 검토없이 그냥 이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신복지, 국민 안전의 측면에서 한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당부했다.

국회와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9월 1일, 정기국회를 시작하면서 보편적 통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의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난 대응에 취약한 산간 마을과 일부 국립공원의 통신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국민 통신복지 실현과 안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누구나, 보편적으로 불편함 없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 이것이 진정한 통신 강국의 모습이 아닐까. 지금 춘천에서 일부 통신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정부, 민간,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합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ryh4711@naver.com

〈필자〉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총학생회 활동을 시작으로 줄곧 문과 인생을 살았다. 졸업 후 신한국당 공채 5기로 정당에 입문, 강원도당에서 18년 동안 일하며 도내 선거만 20번 가까이 치렀고, 중앙당 조직국 'E총무국' E기획조정국장을 거치며 당직자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2022년 5월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스마트제조혁신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는 등 전공을 살린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