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 재정' '약자 복지' 국정 기조를 재차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두고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친서민·건전 예산'을 강조하며 양당 협력을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31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나라 살림 정상화를 위한 '건전 예산'이자, 약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총지출 656조9000억 원으로 편성됐으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며 “건전 재정을 기조로 단순한 지출 줄이기를 넘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낭비 요인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을 꼼꼼히 찾아 이를 조정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확보, 일자리 창출 등에 더욱 집중해 '민생경제'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협조도 요청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가적 위기 앞에 여야는 없다”며 “여야 함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충실히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반면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맹탕' 시정연설에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 커녕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위기 극복의 희망'은 없었다”라고 비판을 세웠다.
그는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민생을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체결한 '정쟁 자제' 신사협정 덕분에 야유나 고성은 등장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주요 발언마다 적극적으로 박수치며 호응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킬 뿐 박수를 한차례도 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시정 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설 때 작년과 마찬가지로 '피켓 시위'를 했다. '민생경제 우선'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이 우선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를 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