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DS부문) 사업 적자폭을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수준 줄였다. 메모리 흑자 전환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회복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성장과 함께 급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첨단 제품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확대, '물량전'을 예고했다. 대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내년 반도체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DS부문 매출 16조4400억원,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와 견줘 12% 상승했고, 적자폭은 61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는 전분기 대비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며 “PC와 모바일은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고용량 제품 확대로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 됐고, 서버는 생성형 AI향 고용량·고사양 제품 수요가 지속 강세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 달리 D램 흑자 전환은 성공하지 못했다. 경쟁사 대비 메모리 감산이 늦어 재고 조정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HBM 등 고수익 제품의 시장 공략도 경쟁사를 앞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는 AI 서버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HBM은 이 시장을 공략하는데 꼭 필요한 차세대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력 제품인 HBM3와 관련, 경쟁사 대비 양산이 늦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규모 생산 능력 확대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구공정(레거시) 메모리 제품의 감산은 지속 유지하며, 고용량 첨단 제품 설비 투자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HBM은 내년 올해 대비 생산 능력을 2.5배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HBM3와 HBM3E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상당 물량은 고객사와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삼성전자는 부연했다. HBM을 포함, DDR5·LPDDR5x 등 첨단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누적 시설투자 금액은 36조7000억원으로 이중 91%에 달하는 33조4000억원이 반도체 투자에 집행됐다.
이같은 전략은 파운드리(위탁생산)과 시스템LSI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분기 모바일 등 주요 수요처 시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그러나 고성능컴퓨팅(HPC) 등을 앞세워 역대 최대 분기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파운드리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첨단 공정의 안정적 수율 달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역시 고객사 재고 감소 및 신제품 출시 효과로 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수요가 반등하고 HPC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 전환을 예상했다. 회사는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공정을 본격 양산하고 미국 테일러 팹을 가동해서 경쟁사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HPC 뿐만 아니라 자동차(오토모티브)와 컨슈머 등 응용처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LSI도 3분기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과 재고 조정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시스템LSI는 현재 개발을 완료한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을 앞세워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현재 내년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2400을 적용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은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대응, 전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매출 비중은 95%에 달한다.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10% 중반 늘었다.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는 시장 수요가 부진했지만 수율 등 생산성 향상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니터용 QD-OLED 제품 증가 등 비중 개선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투자는 대부분 8.6세대 IT용 OLED로, 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투자를 시작해 공급망(SCM)을 선점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