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1·2위사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3분기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시장과 면세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시장 다변화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LG생활건강은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3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9633억원의 매출과 2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12.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4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1% 증가했다.
국내 사업은 543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34.5% 감소했다. 해외 사업에선 31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3억원으로 같은 기간 9억원의 적자 폭을 줄였다.
해외사업은 중국 매출이 현지화 기준 10% 대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일본에서 선전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주요 리테일러 협업 강화로 라네즈, 이니스프리 매출이 늘었고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미주와 유럽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주 지역에서는 매출이 35% 늘었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등 시장에서도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올해 3분기는 미주, EMEA, 일본과 같은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면서 “다만 면세, 글로벌 e커머스, 중국 시장 등에서 매출이 하락하며 그룹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어닝쇼크 수준으로 주가도 크게 술렁였다. LG생활건강의 올 3분기 전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1조7462억원, 영업이익은 32.4% 감소한 1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16.3% 하회한 것이다.
실적 충격을 더욱 키운 것은 화장품 부문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진데 있다. 화장품 매출액은 67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줄고,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88% 감소했다. 국내 가맹사업 종료로 일회성 비용이 더해진 것을 감안해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해외 매출은 4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줄었다. 이 중 중국 매출은 1932억원으로 같은 기간 28.9% 감소했고 일본과 기타 지역에서도 각각 9.6%, 8%씩 매출이 줄며 전체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북미 지역의 경우 매출액 1422억원으로 작년보다 소폭(4.2%)늘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실적 영향을 피할 순 없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고 소비 회복세도 더딘 탓이다. 다만 중국 사업에 대한 전략에 차이를 두면서 평가가 엇갈린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일본과 북미 시장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시장 저변을 넓히는데 집중하면서 실적 타격을 분산했다. LG생건은 중국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대표 제품 후 리뉴얼을 하면서 중국에서 첫 출시하고 대규모 브랜드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시장의 비중국 패러다임 전환으로 럭셔리와 중국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에 비우호적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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