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 〈105〉전산망보급확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

국회는 1986년 4월 본회의를 열어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국회는 1986년 4월 본회의를 열어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1985년 2월 10일. 집권 여당인 민정당은 이날 국가기간전산망과 정보화사회촉진법을 제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상희 민정당 정책조정실장직무대리(전 과학기술처 장관)는 이날 “2000년대 고도산업사회 기반 조성을 위해 오는 12대 국회에서 국가기간전산망 및 정보화사회촉진법 등 6개 기본법을 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밝힌 6개 기본법은 국가기간전산망과 정보화사회촉진법을 비롯, 첨단기술산업단지 개발 촉진법, 우주산업기술개발 촉진법, 해양개발기본법, 대체에너지개발 촉진법, 국민체력증진과 식량자급도 제고를 위한 국민식량영양 관리법 등 미래를 내다본 법안이었다.

민정당은 그해 1월 국가와 사회 전반의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기간전산망과 정보화사회촉진법을 제12대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읍·면·동 단위까지 연결하는 기간 행정망과 각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금융망,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하는 교육연구망, 국방망, 공안망 등 5대 전산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 관련 산업육성과 정보통신 표준화, 정보통신 기기 개발과 국산화, 정보통신 서비스 개발과 이용제도 확립, 인력양성 등을 폭넓게 포함했다.

민정당은 법 시안 작성을 위해 그해 9월 과학기술처와 체신부, 상공부, 관계 전문가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이어 그해 10월 학계, 언론계, 정부, 업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했다. 또 관계부처 실무 국장급 협의와 민정당 정책위원회 교통체신분과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법안 내용을 다듬었다.

하지만 법안을 마련하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법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정보산업계에서 이견을 보인 까닭이다. 법률안은 체신부를 이 사업 주무 부처로 해 전산망개발보급과 이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자공업진흥법과 전자공업고도화 계획을 주관하는 상공부와 소프트웨어산업과 정보산업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처, 정부 기금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 등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24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회장단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국가기간전산망 및 정보화사회촉진법에 관한 법안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보산업연합회는 이 건의서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정보통신산업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상호 밀접한 산업”이라고 지적하고 “이 3개 분야를 통합한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정당은 관련 부처와 산업계 반대 의견을 수렴해 법안 내용을 대폭 손질했다. 법안 명칭도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변경했다.

민정당은 그해 11월 21일 의원 입법으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소관 상임위는 교통체신위원회였다. 법안 대표 발의자는 김영선 의원과 정선호 의원, 조경목 의원이었다. 조경목 의원은 과학기술처 차관을 거쳐 당시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었다. 법안에는 고건, 김종인, 채문식, 이한동, 진의종, 권익현, 박준병 의원 등 61명이 서명했다.

이 법안은 1986년 4월 1일 교통체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해 4월 8일 129회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날 오후 4시 44분. 국회 본회의장.

최영철 국회부의장이 의장석에서 사회를 봤다. 언론인 출신인 최 부의장은 이후 체신부 장관, 노동부 장관, 통일원 장관 등을 역임했다.

“의사 일정 제24항 전산망보급확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합니다. 교통체신위원회 김영선 의원 심사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영선 의원이 연단으로 나왔다.

“교통체신위원회 김영선 의원입니다.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교통체신부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이 법률안은 10여년 앞으로 다가올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게 국가 차원에서 고도정보화사회 구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기술과 산업발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1985년 11월 19일 본 의원과 정선호 의원, 조경목 의원외 61명이 발의해 11월 21일 교통체신위원회에 회부한 법률안입니다. 교통체신위원회는 4월 1일 제1차 위원회와 4월 2일 제2차 위원회에서 제안 설명과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듣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 결과 미비사항을 보완해 일부를 수정 의결했습니다.”

김 의원은 잠시 멈췄다가 심사보고를 계속했다.

“수정 부문을 포함한 이 법률안의 주요 골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전산망에 관한 주무 관청을 체신부 장관으로 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전산망조정위원회를 설치하며 둘째, 정부는 전산망보급이용촉진을 위해 연도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토록 했습니다. 셋째, 전산망사업자에 대해 재정, 세제, 행정, 기타 기술상의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며 넷째, 전산망과 관련한 기술과 기기 개발을 위해 기술지원 전문기관인 한국전산원을 설립함과 아울러 전문단체를 지원 육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섯째, 전산기기 상호 간 호환성 확보를 위해 기술준비와 형식승인 제도를 법제화하며 여섯째, 투자기관과 공공단체가 전산망보급 이용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가 전산망 구축을 촉진토록 했습니다. 일곱째, 국내 산업 과학기술 등 주요 정보의 해외유출 방지와 개인비밀을 보호해 전산망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 법률안은 4월 7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와 자구심사를 거쳐 오늘 본회의에서 심사보고 하게 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심사보고서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교통체신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대로 심의 의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영철 부의장이 말했다.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교통체신위원회가 수정한 부문과 기타 부분 원안에 대해 이의 없으십니까.”

(의원석에서 “이의없습니다”.)

“그러면 가결했음을 선포합니다.”

국회는 이 법률안을 그해 4월 26일 정부로 이송했다. 정부는 그해 5월 12일 법률 제3848호로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이 법률 제정으로 그동안 청와대 내부 기구였던 국가기간전산망조정위원회는 정식 법적 기구로 승격했다. 기구 명칭도 '전산망조정위원회'로 변경했다.

이 법률의 주요 내용을 아래와 같다.

△전산망개발보급 및 이용촉진에 관한 업무를 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전산망조정위원회를 둔다.

△체신부 장관은 전산망 개발보급과 이용 등을 촉진하고 정보화 사회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전산망개발보급 및 이용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는 전산망조정위원회 조정을 거쳐야 한다.

△체신부 장관은 전산망에 관한 기술과 기기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학기술처 장관과 협의해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 기술협력, 기술이전, 기술지도 등 사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전산망에 관련한 전자계산조직 이용기술 개발과 기술 표준화와 전산망 개발보급을 위한 기술지원과 국가와 공공단체 전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전산원을 설립한다. 한국전산원은 법인으로 하며 정관변경은 체신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전산원 설립과 운영 등을 위해 필요한 국유 재산을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대부할 수 있다.

△전산망 보급과 이용에 관련한 기기를 제조하거나 수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기기 형식에 관해 체신부 장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체신부 장관은 국내 사업, 경제, 과학기술 등에 관한 중요 정보가 전산망을 통해 해외로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산망 이용자 또는 관련 사업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

△전산망 사업자는 체신부 장관 승인을 받아 정보통신진흥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

이 법률은 1999년 2월 8일 법률 명칭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했다. 이어 2001년 1월 16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법률 제정은 한국 정보산업 발전의 도약대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