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전주 도토리골은 이제 장마가 와도 큰 걱정이 없다. 전주천 제방보다 낮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저지대의 위험이 느껴진다. 2020년 집중 호우 당시에는 쓸려내려온 쓰레기와 산비탈을 타고 온 토사로 트럭 8대가 치워 날랐다고 했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산과 가까운 비탈길 측구에 대형 수로관을 설치하고 우수관로와 계단에도 배수구를 설치한 후에는 도토리골 주민들도 발뻗고 잠들 수 있었다.
새뜰마을 사업은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을 개조해주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전주 도토리골의 새뜰마을 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됐으며, 총 43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침수 등 재해 예방 인프라 뿐만 아니라 어린이놀이터와 분리수거장, 주차장 등 생활인프라도 개선해 준다. 다른 재생사업들과 달리 주택 내부까지 정비해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KCC 등 공공·민간 기관들이 현물출자나 후원금을 통해 위험 노후주택을 함께 개선해줬다. 올해 87세가 된 이은순 할머니의 집은 망가졌던 지붕을 새로 하고 도배, 장판, 섀시까지 새단장했다. 이은순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거동이 힘들다보니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있다”면서 “집이 깨끗하고 따뜻해져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을 환경 개선은 커뮤니티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주시가 새뜰마을 사업을 활용해 물리적 인프라를 정비하고 또 다른 복지 사업을 통해 주민 돌봄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 주민 229명 중 65세 이상이 96명이다. 노인들은 경로당에 나가 운동치료도 하고 그림그리기, 케익만들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주민들은 만나면 이사가고 싶은 사람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한다. 도토리골사람들이라는 마을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도토리가루로 쿠키를 만들고, 스마트팜으로 버섯을 키워 마을 운영을 돕는다.
충남 보령시 수청지구는 과거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마을로 변모했다. 집집마다 있는 정화조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우수관을 타고 흐르다보니 악취가 진동했던 마을이었다. 오수관로를 정비하고 우수관을 별도로 만들었더니 파리·모기까지 줄었다. 노인 등 취약계층 비율도 높은데 겨울에는 등유보일러를 돌려야 하는 마을이었다. 골목길도 좁아 등유차가 들어오는 것도 매번 애를 먹었다. 새뜰마을 사업을 통해 도시가스를 연결하고 나니 난방비 부담이 절반이상 줄었다. 폐 철길을 제거하고 녹지를 조성해 걷기 좋은 마을로 만들었다. 좁아 남녀 휴식공간 구분도 어려웠던 경로당은 커뮤니티센터로 재단장해 마을의 상징이 되었다. 이곳에서 공방도 운영하고 고추장도 만들어 판매한다. 커뮤니티센터 수도·전기요금을 충분히 충당한다.
최석길 통장은 “장마가 오면 지대가 얕아 침수되기 일쑤였는데 배수로도 정비하고 여러 시설을 개선해 너무 좋은 마을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전주(전북), 보령(충남)=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