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이동수단(PM) 업계 성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역별로 상이하고 변동성이 심한 규제 탓이다. 특히 주차와 견인은 PM 업계를 발목잡는 핵심 요인이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특성에 맞지 않는 지정 구역 주차 제도로 이동수단 간 연계성은 떨어진다. 목적지 앞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안했으나 규제로 인해 주차 구역을 찾아 반납해야 한다.
헬멧 착용 의무 또한 이용자 감소를 야기한다. 범칙금 2만원을 내느니 이용자는 전동킥보드를 타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상위 10개 사업자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헬멧 의무화가 시행된 2021년 5월 125만7644명에서 지난해 초 56만7556명으로 반토막 났다.
PM업계는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모빌리티 약자 이동권을 보호하고 모빌리티 간 연결성을 강화해 교통 편의를 향상하기 위해 서비스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커지며 친환경적 특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 편의와 친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보다 진흥 촉구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올해 2월 국토위 통과 후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용·관리가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되면 사업 예측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간 고무줄 시정으로 운영에 영향을 받았던 부분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여서다.
그러나 오히려 PM법이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M법은 공유 PM 업체의 등록제와 지자체의 주차 구역 설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PM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라는 법제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규제 강화 항목으로는 PM법 제7조가 꼽힌다. 7조는 주차 및 주차금지에 관한 사항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간 지자체의 변동성이 높은 규제가 혼란을 초래해 이용 편의를 저해했다. 지자체에게 전권을 위임할 시 지자체 임의로 사업 계획 수정을 명령할 수 있어서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등록제는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제15조에 따르면 PM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하기 때문이다.
◇면허·헬멧·속도·주차, 글로벌 기준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PM법이 진흥을 담을 수 있도록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면허 인증, 헬멧 의무와 속도 제한, 주차구역 제한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싱가포르는 PM 탑승 시 면허 의무가 없다. 영국은 전용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한국은 원동기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PM 주행이 가능하다.
헬멧을 의무로 착용해야 하는 곳 또한 한국과 싱가포르, 미국 등이다. 다만 미국은 16세 미만 이용자만 의무 착용이 권장된다. 이외의 국가에서는 모두 권장하기만 한다.
제한 속도의 경우 한국과 영국, 싱가포르는 25km/h이며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의 경우 이보다 낮은 20km/h로 제한한다.
해외처럼 자전거 도로 활성화 또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부족하다. 행안부의 '2022년 기준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는 10년 전에 비해 1만km가 연장됐다. 그러나 전용도로는 3648km, 자전거·보행자 겸용은 1만9628km로 집계됐다. 보행자 겸용도로가 대부분이다. 당장 자전거 도로 확충이 어렵다면 전동킥보드 주행 유도선을 만들거나 경계물을 설치하는 등 과도기적 인프라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주차 구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기준으로는 전동킥보드의 인도 및 차도 주정차가 모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차량과 보행자의 출입 등 13개 구역 이외에는 주차가 가능토록한 네거티브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같은 합의안이 안착하면 가로수 사이 등 보도 가장자리에는 주차가 가능하다. 도시 내 혼잡도에 따라 도크형(지정주차)과 프리플로팅(자유주차) 방식을 혼용해 운영하는 방식도 대두되고 있다.
견인 대신 상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해 출퇴근 시간 킥보드를 정리할 수 있다. 지자체 예산과 업체 견인 비용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에 대한 중장년층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원동기장치 면허가 아닌 PM 면허를 신설하고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PM 탑승을 위해 취득해야 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는 PM의 도로 주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실질적으로 주행법을 알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경찰청은 위험성이 작은 경형 PM은 자전거 수준으로, 위험성이 비교적 큰 중형 PM은 전용 면허를 신설해 보통·이륜차 면허와 별도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PM산업협회 관계자는 “PM 산업은 사업 초기 단계로, 이용자 의식과 이용 문화가 지속 성숙하고 있다”며 “아직은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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