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무탄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무탄소에너지는 직접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포괄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탄소(CF) 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출범시켰다. 앞으로 인증제도 설계, 국제사회 확산 등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이유는 나라별로 잠재 용량이 다른 재생에너지 위주로 탄소중립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7년 이후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하자는 RE100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대표 캠페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선언하면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RE100은 진입장벽이 높다.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하면서 날씨 변동 폭이 큰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힘들다. 재생에너지를 주력전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백업설비에 천문학적인 비용도 투자해야 한다. 가난한 국가들은 RE100을 시도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CFE와 CF연합의 구상은 환영할 만하다. CFE는 재생에너지만 활용하도록 한 RE100에 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술중립적이다. 재생에너지 외 무탄소에너지 기술 개발도 촉진한다. 기후위기 대응 기술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
향후 기업 참여 여부는 과제다. CF연합이 제안하는 CFE는 기존에 구글이 제안한 무탄소에너지 확산 캠페인인 '24/7 CFE'보다 낮은 단계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24/7 CFE는 매시간 실시간으로 사용한 전력을 100% 무탄소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반면 CF연합이 구상중인 CFE 프로그램은 이보다 낮은 수준 인증으로 무탄소에너지 저변을 넓히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글로벌 기업은 인증제도에 참여할 요인이 낮다.
CF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인증 제도 설계와 함께 무탄소 에너지원을 원하는 기업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정부는 무탄소에너지원이 필요한 다른 나라와 연대해 국제사회에 효용성을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CF연합이 윤석열 정부만의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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