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탈출구가 있을까. LH는 몇 년 전 공적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되더니 이제는 전관 예우와 부실공사로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아주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LH를 해체하는 수준의 혁신안은 정부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LH를 비판하던 정부도 주거지원, 산업단지, 용산 어린이정원까지 LH에 맡긴다. 다가구주택 등 전세사기 사각지대를 구제하는 일도 LH가 맡을 예정이다.
이처럼 일은 늘어도 직원들을 독려할 방법은 없다. 3년 연속 경영평가 D를 받다 보니 임원이 대기업 과장보다 못한 연봉을 받는데 직원들의 처우는 말할 것도 없다. 신입사원은 진주 본사 발령이 나니 사표를 낸다 하고, 퇴직을 앞둔 직원은 수십년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도 없다하니 사기가 떨어질 일의 연속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혁신하고 자정해 나가야 할 책임자들조차 선긋기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나 규제당국 모두 전현직 직원들만 혁신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전형적인 '남탓'이다.
정부가 2년 전처럼 LH를 분리하는, 실현하지 못할 혁신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이 안은 비판만 받다 어영부영 사라졌다. 개정안을 발의하는 의원조차 없었다.
결국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전관 문제는 전관이 아닌 공정하지 못한 예우가 문제다. 모든 전관이 다 전문가는 아니겠지만, 실력있는 전문가라면 퇴직 후에도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또 일이 늘었다면 그에 맞는 대우도 해줘야 한다. 대신 잘못과 해이해진 기강은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량판 아파트가 왜 유독 LH에서만 문제였는지 제대로 진단해야 할 시점이다. 책임자의 반성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혁신안이 나오길 바란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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