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기후위기 에코백신 처방할 때…자연의 회복력 강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일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일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일 기후변화로인한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재발을 막기 위해 자연보호라는 '에코백신'을 처방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인 최 교수는 국립생태원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2일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본원에서 개최한 '국제 학술토론회(심포지엄)'이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당초 국립생태연구소를 기획하다 환경부와 논의를 거쳐 전시, 교육 기능을 포괄하는 국립생태원을 출범시켰다.

최 교수는 “평소 연구가 바탕이되지 않는 전시나 교육은 모래성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 2가지 방향의 생태학 연구를 제안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소명이라고 봤다. 이 제안은 지금까지 잘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10년 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연구 아젠다로 제시했지만 2019년 기후변화가 촉발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다. 최 교수는 열대 박쥐들이 온대로 이주해 이들이 가져오는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히는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로 생물다양성이 위협을 받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경험한 인류는 엔데믹 선언후 '뉴 업노멀(ab-normal)'이 아니라 '뉴 업노멀(up-normal)'로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업그레이된 일상으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생태원이 향후 10년 '자연의 회복 능력'에 주목하고, 팬데믹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에코백신'을 처방할 것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자연은 문제가 발생한 후 (시간이 지나면) 멀쩡하게 돌아온다.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회복 능력이 막강할 지 모른다”면서 생태원이 향후 10년간 자연의 회복력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백신은 국민 70~80%가 접종에 동참해야 집단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인류의 70~80%가 같이 자연보호를 하는 '에코백신'을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에코백신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연보호는 제인구달 박사 등 전문가들이 이야기해왔다”면서 “에코백신으로 자연계로부터 나쁜 박테리아가 인간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