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엄청난 암호화폐 피해를 낳은 FTX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사기 및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최대 110년 징역형 위기에 봉착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 NPR 등에 따르면, 이날 배심원단은 뉴욕 남부 지방검찰청이 기소한 뱅크먼-프리드의 사기 및 공모 혐의 7가지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4주 이상 계속된 재판에서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대규모 금융 사기를 조직한 범죄의 주모자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그와 FTX 임원들이 수십억 달러의 고객 자산을 알라메다 리서치에 어떻게 옮겼는지에 대해 자세히 전하며 알라메다 리서치를 '개인 돼지 저금통'이라고 비유했다.
뉴욕 남부 지방검찰청은 성명을 통해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저질렀다”며 “이는 그를 암호화폐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며, 새롭게 암호화폐 업계가 등장하고 뱅크먼-프리드와 같은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하더라도 이 같은 부패는 오래된 관행처럼 이어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 같은 사건에 대한 더 이상의 인내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뱅크먼-프리드가 유죄로 판결 받은 혐의는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 자금 세탁 등 총 7가지다. NYT는 모든 형량이 적용되면 최대 110년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뱅크먼-프리드 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담당 변호사인 마크 코언은 “배심원들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매우 실망했다”며 “뱅크먼-프리드는 '무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FTX 설립자인 뱅크먼-프리드는 한때 '암호화폐의 왕'으로 불리던 30대 암호화폐 재벌이다. 헝클어진 머리와 티셔츠, 반바지 등 편안한 차림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특히 그는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타격을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캐피탈 등을 구조하며 이른바 '백의 기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의 산하에 있는 개인 무역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뱅크먼-프리드의 암호화폐 제국은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FTX 고객들은 암호화폐 자금을 대규모 인출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는 지난해 11월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받아 도주했다가 한달 후 바하마에서 체포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서희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