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은 종합 3위를 거두며 선전했다. 총 39개 종목에 걸쳐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우리나라 선수가 보여준 열정과 투지, 그리고 승패와 관계없이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누는 모습 등은 많은 국민에게 더없는 감동과 희망을 줬다.
같은 시기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낭보가 울렸다. 제45차 국제표준화기구(ISO) 연례 회의에서 한국이 ISO 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국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애초 경쟁국인 스웨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득표율에서 상대를 넉넉히 앞서면서 당선 영광을 품에 안았다. 우리나라 정부가 ISO 회원국들과의 양자 회의, 관련 기관 협업 등으로 활발하게 선거운동에 나선 결과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9월 우리나라 최초로 글로벌 표준동맹을 이끄는 ISO 회장으로 선출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에 이어, 이사국 진출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ISO에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하게 높였다.
최근 글로벌 표준 패권을 위한 세계 각국 경쟁이 치열하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표준과는 다른 기술 규정, 표준, 평가 절차 등을 적용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을 높이는 추세다.
정부가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ISO와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국제표준 채택을 권고하는 것은 이 같은 장벽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국제표준화는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며 국제무역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은 제품·기술은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래모빌리티, 이차전지, 정보통신기술(ICT), 우주·항공, 탄소중립 등 새로운 융·복합 신기술 부문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표준화 선점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패러다임에서 ISO에서 우리나라 산업계 의견이 국제표준에 반영되고 세계에 통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ISO 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 국가표준 역량 강화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ISO 이사국 위상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과 제품이 국제표준을 이끌고 수출장벽을 넘어 국제무역 경쟁 무대에서 선도 국가로 힘차게 나아가도록 소임을 다할 계획이다.
공공 종합 시험인증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수출국별 복잡·정교해지는 기술규제 정보제공과 해외인증 컨설팅, 신제품 시험평가 기술지원뿐 아니라 저탄소 제품 에코 디자인, 냉동 및 공기조화, 세라믹·나노복합소재, 산업 디지털전환 서비스 플랫폼 등 다양한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것은 곧 신산업 선도와 직결된다. 앞으로도 국제적인 연구 기술 협력, 국가산업 단지 디지털·친환경 전환 등 미래 산업기술 분야에 있어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변함없이 힘을 보탤 것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2024년 청룡의 해, 우리나라는 ISO 회장을 배출한 국가이자 이사국으로 동시에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표준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국제무역 경쟁 무대에서 챔피언 국가로 힘차게 도약하는 한편 수출 플러스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