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기술협력 무대에 우뚝 섰다. 세계 주요국에서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교류, 기술협력, 예산확대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이 강력한 국제기술협력 의지를 드러내며 개최한 국제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코리아유레카데이'를 개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제 공동연구 관련 네트워크와 한국·유럽 간 기술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큰 장(場)으로 꾸며졌다. 특히 해외 31개 163명을 포함해 총 498명이 참가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KIAT 관계자는 “올해는 유레카 회원국이 아닌 남미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에너지부 관계자까지 총 31개국이 한국을 찾았다”면서 “코리아 유레카데이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한·유레카 혁신포럼 △유레카 아카데미 △분야별 아이디어 피칭 △국가별 세미나 △유럽 재외한인공학자(K-TAG) 세미나·상담회 △기업간거래(B2B) 상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주요 협력국 8개국의 기업과 정부 기관이 참여한 국가별 세미나에는 총 235명이 참석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국내외 기관 간 파트너링을 추진했다. 특히 스페인 산업기술개발센터(CDTI) 원장은 국립에너지환경연구소(CIEMAT) 등 12개 신재생 에너지 분야 기관과 함께 참석해 우리나라 기관과 매칭을 성사시켰다.
K-TAG 10명이 나선 세미나에서는 기술동향, 제안서 작성요령 등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내외 산·학·연을 대상으로 총 55건의 국제 기술협력 대면 컨설팅도 추진했다. 아울러 한국을 포함한 총 21개국 213개 기업(참가자 238명)이 참여한 B2B 매칭 상담회에서는 총 169건이 성사됐다. 특히 국내기업과 스페인 기관이 비밀유지협약(NDA) 2건을 체결하고 향후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과제 추진 방향을 협의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코리아유레카데이 참가자 중 20%가 매치메이킹으로 국제협력 파트너를 찾아 국제공동R&D 과제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50%가량이 실제 과제 지원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얻었다.
국내 산업계는 앞으로 유레카 네트워크가 한국을 연결고리로 삼아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85년 독일·프랑스 주도로 설립된 세계 최대 R&D 네트워크를 구축한 유레카가 지속적으로 회원국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정회원국으로 승격한 데 이어 지난 6월 유레카 이사회 구성원이 됐다.
지난 9월 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국제기술협력 확대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한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도 우리나라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은 향후 국제산업기술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R&D 과제에 해외 산·학·연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산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제공동연구 확대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병주 KIAT 원장은 “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 전략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국제기술협력을 해야 한다”면서 “코리아유레카데이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공동연구에 활짝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세계 각국에 던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