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UMC가 독자적인 첨단 패키징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인공지능(AI)용 3차원(3D) 반도체 제조를 위한 것으로,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이 대거 가세했다. TSMC에 이어 UMC까지 첨단 패키징 역량 확대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UMC는 최근 'W2W 3D IC'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웨이퍼 투 웨이퍼(W2W)'라는 첨단 패키징으로 3D 적층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W2W는 웨이퍼 위에 웨이퍼를 수직으로 접합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반도체 생산성(스루풋)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징 업계에서 연구개발(R&D)이 한창인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적용되는 대표 분야다.
프로젝트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윈본드와 반도체 설계자산(IP) 및 주문형반도체(ASIC) 기업 패러데이테크놀로지, 후공정 업계 세계 1위 ASE 등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이 합류했다. 미국 설계자동화(EDA)·IP 기업인 케이던스도 가세했다. W2W을 구현하려면 반도체 IP부터 설계, 공정 및 패키징 기술을 아우르는 협업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 업계가 자체적인 생태계를 조성, 시장을 주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UMC는 “업계 리더들과 협력해 고객이 고급 하이브리드 본딩 W2W 기술을 활용하고 3D 반도체 성능 향상과 비용 이점을 누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UMC는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AI 반도체 제조 환경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엣지 AI' 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이르면 내년부터 고객사에 공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엣지 AI는 대형 데이터센터나 고성능컴퓨팅(HPC) 서버 밖 기기(단말)에서 자체 AI 연산을 하는 것으로, 폐쇄회로카메라(CCTV), 로봇, 산업용 설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에 주로 적용된다.
UMC가 삼성전자나 TSMC와 견줘 선단 공정 전환이 느린 것도 엣지 AI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현재 UMC가 제공하는 파운드리 공정은 12나노 수준으로, 이미 3나노 양산에 들어간 선두주자와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틈새 시장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TSMC에 이어 대만이 첨단 패키징 '동맹'을 구축한 신규 사례로, 첨단 패키징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