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테이지파이브 “풀MVNO 준비 완료…알뜰폰도 투자해야 생존”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가 전자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가 전자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풀MVNO(자체설비 보유 알뜰폰 사업자) 전환 준비를 마쳤다. 과금 및 영업전산 설비를 구축하고 자체 설계한 독자 요금제도 내놓는다. 힘있는 알뜰폰을 육성해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꾀하는 정부시책에 발맞춰 공격적 투자로 서비스 차별화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알뜰폰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0원 요금제'처럼 가격에만 의존한 출혈경쟁을 지속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동통신사(MNO)와 차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최근 빌링(과금) 시스템을 내재화하고 고객관리 백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 영업전산 설비를 갖추면서 통신사와 협의 없이도 독자 상품 설계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핀다로, Z시리즈 등 e심 기반 차별화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었다. 제휴망을 이통 3사망 전체로 확대하면서 요금제 다변화 여건도 마련했다.

인프라 투자도 공격적이다. 그동안 유치한 누적 투자금 1000억원 대부분을 설비와 서비스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서 대표는 “브랜딩과 인프라 개발에 매년 100억원 이상 쏟고 있다”면서 “도매제공에 의존한 단순 재판매로는 자생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 투자에 힘입어 스테이지파이브 매출은 매년 2배씩 뛰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 260억원을 넘어섰다. 마케팅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꾀한 덕분에 매출이 늘면서 손실은 줄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풀MVNO 사업 전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풀MVNO 사업 전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을 이통사의 실질적 대항마로 키워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설비와 규모를 갖춘 풀MVNO 육성에 힘을 싣는다. 스테이지파이브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서 대표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공감하며 구체적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 언제든 풀MVNO 사업 전개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주목했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전체 통신시장에서 MNO 비중이 98%에 달했지만 2018년 IIJ 등 풀MVNO 사업자가 등장한 이후 올해 MNO 점유율은 57%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MNO 매출과 이익에는 영향이 없었다. IIJ 역시 시가총액 4조원 규모의 메기로 성장했다. 풀MVNO 등장 후 다양한 요금제가 쏟아졌고 이는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처럼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를 갖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부연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한다. 야놀자 등 슈퍼앱과 제휴해 화이트라벨링 요금제를 만들고 구독형 로밍상품을 확대 출시한다. 인터파크투어와 티켓 구매시 로밍상품을 연계 판매하는 사업도 협의 중이다. 고객센터도 카카오 인공지능(AI) 기반 AICC로 내재화해 개통 및 가입절차를 자동화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테슬라 요건을 적용한 특례상장도 추진한다.

서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스테이지파이브는 풀MVNO 사업 추진을 통해 단순 도매사업자가 아닌 통신시장 경쟁을 촉발시키는 사업자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