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됐을 듯한 물건이다. 하지만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현재와 같은 백팩 형태 배낭은 1880년대 이후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실제 '백팩(Backpack)'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도 1910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나 본래 백팩은 군인과 탐험가 등이 많은 짐을 효율적으로 수납하기 위해 사용한 물건이었다. 그만큼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철저하게 기능적으로 제작된 도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백팩은 현대에 와서 IT 개발자의 상징으로도 인식된다. 언제 어디서든 개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높은 사양의 노트북과 태블릿PC, 각종 자료 등을 한꺼번에 소지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무거운 백팩이 개발자들의 목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보행 시 백팩의 중량이 등 뒤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경추(목뼈)의 자연스러운 C자형 곡선을 일(一)자 모양으로 변형시켜 '일자목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자목증후군이 진행될수록 앞으로 내밀어진 머리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목과 어깨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뻐근한 통증이 심해진다. 머리로 향하는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해 두통, 현기증, 안구 피로 등 증상도 쉽게 나타난다.
나아가 일자 형태의 경추는 머리 하중과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해 경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개발자는 업무 시간 동안 컴퓨터나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업무에 몰두하다 무심코 목을 화면 방향으로 쭉 내밀게 될 경우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목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이 이어진다면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일자목증후군이나 목 통증 치료를 위해 한방에서는 경추의 기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활용해 비뚤어진 경추 배열을 본래의 C자 형태로 회복시켜 목 통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침 치료는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신바로약침, 중성어혈약침 등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목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여기에 환자의 세부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목 주변 조직을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약침의 목 통증 개선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물리치료보다 목 통증과 기능, 삶의 질 지수 개선 측면에서 월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 5주 후 목 통증의 시각통증척도(VAS) 감소량을 분석한 결과 약침치료군(33.1)이 물리치료군(17.3)보다 2배 가까운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VAS는 환자의 통증을 수치화한 것으로 값이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일자목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에 부담이 적은 백팩을 선택해야 한다. 재질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드러운 천 재질로 만들어진 백팩은 많은 물건이 들어갈수록 무게 중심이 쉽게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에 단단한 하드케이스 백팩을 권장한다. 등에 밀착되는 면이 넓어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고 물건의 무게를 양쪽 어깨에 균등하게 나눠줘 도움이 된다.
업무 중 올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사용 중에는 거치대 등을 활용해 모니터 화면을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목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목을 천천히 돌리는 등 스트레칭을 생활화하고 한 시간에 한 번은 주변을 걸으며 목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매일 같이 지니던 물건과 익숙한 습관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목 건강 악화는 업무 능률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건강을 챙기도록 하자.
울산자생한방병원 김동우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