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앵커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에게 피살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npr 뉴스 등에 따르면, 후안 후말론(활동명 DJ 조니 워커)은 이날 오전 5시 반쯤 민다나오섬 미사미스옥시덴탈주 칼람바에 위치한 자택 내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페이스북 라디오 생방송을 하던 중 피살당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총격범은 청취자 행세를 하고 '방송에서 중요한 것을 알릴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며 스튜디오에 침입했고, 후말론의 머리에 두 발의 총격을 가해 그를 살해했다.
경찰은 일대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범인이 후말론의 금목걸이를 낚아채고 달아나 밖에서 대기하던 공범과 함께 달아났다”고 전했다.
후말론은 약 2400명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스북 페이지 '94.7 골드 메가 깔람바 FM'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언론인이었다. 이날도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그의 피살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필리핀은 언론인 살해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009년에는 마긴다나오 주 남부에서 정치 집단이 언론관계자 32명을 포함한 58명을 대량 학살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후말론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6월 이후 살해당한 4번째 언론인이다.
마르코스 주니어 측은 성명에서 살해 사건을 강력 규탄하면서 “기자들에 대한 공격은 우리 민주주의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에 상응하는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후말론의 살해가 금품을 노린 범죄인지, 언론인을 상대로 한 정치적인 목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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