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됐다. 우리는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가 시를 쓰고, 연설문 및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짧은 글을 작성하고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까지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출시 1년 가까이 됐지만 열풍은 아직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생성형 AI를 통합한 제품과 서비스 출시 소식도 연이어 들려온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기업가치가 860억달러(약 117조원)로 인정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생성형 AI 시장이 매년 42%씩 성장해 2032년에는 1조 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생성형AI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기술개발과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털은 한국인 정서에 맞는 AI로 승부하겠다며 독자 모델을 출시하고 있으며, 기업은 자사 플랫폼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 스타트업까지 이른바 K-AI 생태계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AI를 국민 일상과 공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4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각종 연구개발(R&D)을 통해 확보한 AI 분야 성과를 활용해 거대언어모델(LLM)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LLM 기반 생성형 AI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공행정에 정보기술(IT)도입이 늦어 아날로그 공화국이라 불렸던 일본도 챗GPT를 활용해 국회 답변서 초안 작성, 회의록 작성, 정부 통계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MS와 기술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AI를 이용해 시민 질문에 24시간 내내 답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AI를 적극 활용하고 인프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생성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안 이슈, 저작권 문제 등 법·제도적 정비 및 신뢰성 확보와 더불어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최근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 분야에서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얼마 전 시스템 개통 후 각종 오류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 정부의 복지 분야 정보시스템 사업이다.
이처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프로젝트가 지연될 경우 업체의 준비 소홀과 능력 부족을 탓하기도 하고, 수행 기업 쪽에서는 발주기관의 무리한 과업 변경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목표한 프로젝트 수행 시점에 임박해 업무 범위가 변경되면 꼼꼼하게 테스트를 못 하고 시스템을 오픈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정부가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도 단순히 시류와 유행에 따라 섣부르게 결정을 한다면 스마트폰 등장 이후 만들어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공공부문 애플리케이션(앱)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단순히 최신 기술을 적용해달라고 하지 말고 전문성을 담보로 한 정확한 사업 범위를 규정해 민간 업체에 적정 예산으로 발주하고, 유연하면서도 치밀한 프로젝트 관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통계청은 내년 '초거대 AI 기반 대국민 통계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다. 메타데이터와 매크로데이터를 학습해 유사 통계 비교, 통계 해석 등 전문적인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통계청의 국가통계 데이터(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서비스하는 국가통계정보화 전문기관인 한국통계정보원도 이와 관련한 AI 연구 및 기술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통계정보원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특허정보원과 '통계생산 및 통계정보 서비스 혁신을 위한 지능정보기술 연구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한 AI와 플랫폼 전문기업인 더존비즈온과도 통계데이터 및 정보화 사업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주제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통계정보원은 현재 통계정보화 분야별 AI 기반 서비스모델을 구축 중이다. 통계청에서 보유 중인 다양한 메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통계메타정보 기반 텍스트, 이미지 파일을 AI 학습데이터로 구축해 자료 처리 및 통계작성과 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거대 AI 통계서비스가 구축되면 초기의 검색 및 추천 중심 단계를 시작으로 통계수치 기반의 LLM을 고도화해 통계표 해석, 통계보고서 작성은 물론 데이터 전처리 및 통계생산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인포그래픽까지 생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통계정보원은 지난해부터 4개년 일정으로 베트남의 통계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베트남 통계청 내 통계품질진단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에는 행정자료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교역 1위 국가다. 은행 업무와 원격 진료 등 건강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AI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통계정보원은 향후 베트남 통계청과 통계품질진단시스템과 행정자료관리시스템을 연계하고 AI를 활용한 서비스모델 구축 지원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에는 더 많은 국가들과 AI를 기반으로 활용도가 높은 서비스모델 구축 사업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든든한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창의적인 AI 기술개발 기업, 그리고 AI 리터러시로 무장한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준비하고 노력할 때 AI 분야 글로벌 국가 경쟁력은 커지고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수 한국통계정보원장 choi.jungsu@kosii.or.kr
〈필자〉대전 출신으로, 독일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통계청 박사 사무관으로 특별채용돼 약 24년간 공직에 근무하며 통계생산은 물론 대외협력 분야 전문성을 쌓아 왔다. 통계청 대변인 실장, 경제통계국 서비스업동향과장, 산업동향과장, 통계정책국 통계정책과장, 경제통계국 경제통계기획과장, 통계개발원 연구기획실장, 경인지방통계청장을 지냈고 '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준비기획단' 부단장직을 수행하면서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9년 OECD 세계포럼 업무유공(대통령표창), 2020년 우수공무원(홍조근정포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