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창작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여러 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소개되는 주요작품을 살펴보면 감성적으로 섬세하게 기술을 사용한 융합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관객의 공연예술에 대한 기대치가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이제 기성의 음향, 조명, 영상장비 사용 수준을 넘어서는, 최신 기술 활용은 공연예술에 필수요소가 됐다.
공연예술이 가진 현장성과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요즘 관객을 장시간 집중시킬 수 있는 흡인력을 갖춘 기술융합형 공연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주요창작진의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고도의 기술장비를 갖춘 창제작 실험공간과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 예산을 필요로 한다.
지난 몇 년간 세상에 큰 변화가 있었다. 공연예술가들은 가상공간에서 예술창작실험, 공연영상화 작업 등으로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창구를 찾아 활발히 활동을 펼쳤고, 관객 또한 온라인을 통해 제공된 여러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다양한 기술융합형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더욱 그 기대수준이 높아졌다.
9월 29일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신개념 초대형 이머시브시어터 Sphere Vegas가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그룹 U2의 'U2: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 콘서트'로 문을 열었다. 이처럼, 대중예술분야는 이미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어 초고도로 발전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순수예술장르에서 기술분야에 투자되는 규모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순수공연예술 영역에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이후 정부차원의 다양한 기술, 예술 융합프로젝트 지원사업이 있지만, 예산 지원만으로는 유효한 결과물을 내기 힘들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성 문화예술시설은 대체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과 같이 시민들의 문화향유 및 참여를 위한 공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공연예술분야 창제작자의 리서치, 창·제작을 위한 공간도 꾸준히 조성되어 왔으나, 대부분 단순하게 장르별로 구분된 창작공간이나 레지던시, 혹은 연습실, 공유 오피스, 회의실 정도로 기능이 제한적이다.
예술 장르간, 예술과 과학기술간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험하여 콘텐츠화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융합형 예술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려는 예술창업자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교육이나 컨설팅, 예산지원, 공간지원, 시설장비와 기술인력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지원서비스(one-stop service)가 가능한 공공플랫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얼마 전 이러한 원-스톱 지원서비스가 가능한 아트코리아랩을 개관했다. 기술융합형 창·제작 실험·시연, 교육·네트워킹, 창업·보육 공간 등으로 구성된 아트코리아랩은 순수예술분야 종사자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고 공간과 장비, 전문인력, 예산, 네트워킹 등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예술기업을 위해서도 사업공간과 기술장비를 갖춘 창제작 공간, 네트워킹,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개발과 성장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술과 예술을 잘 이해하고, 중간에서 적절히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 테크니컬 디렉터, 프로듀서, 퍼실리테이터를 두고, 아트코리아랩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잘 모르는 분야에 도전하여,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 연결시켜주는 매개자 역할을 해주고, 프로세스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국내외 유관기관, 단체, 학교 등과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 아트코리아랩에서 실험과정을 거친 프로젝트가, 아트코리아랩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 확장,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개관 이후에도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현장과 소통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트랜드를 예민하게 감지해 대응하여, 공연예술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아트코리아랩이 되기 바란다.
정성진 다원예술 독립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