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Formula). 수학 공식이나 화학식이란 의미로 쓰인다. 이것은 종류나 유형, 특정한 방식을 뜻하는 라틴어 포르마(forma)의 지소사(指小辭)이다. 마치 말에 '-아지'를 붙여 망아지가 된 것처럼 포뮬라(formula)는 작은 포르마가 되는 셈이다. 공교롭게 수학공식이나 화학식 모두 기호의 묶음이고, 그러니 말보다 간결하다. 포뮬러는 지소사란 자신의 기능도 곧잘 한 셈이다.
혁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누구든 나름 해석은 있겠다. 하지만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라고 한다면 만만치만은 않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이것을 해냈고 번영했다. 그것도 꽤나 영속되게 말이다.
한 기업이 있다. 간략히 소개하면 주가는 1972년부터 1992년까지 2만1000%, 1995년부터 2000년까지 300% 상승했다. 이런 기업이 있을까 싶지만 실상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르는 수치다.
이 새내기가 당대 최고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틀고 있던 시장에서 생존한 것만 해도 놀라울 사건일터다. 하지만 팬암, TWA, 이스턴, 노스웨스트 항공이 사라지는 동안 건재했고,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항공, 델타와 자웅을 겨뤄 넘어섰다. 그러니 누구든 이곳이 한 일을 들여다보았다.
많은 이들이 이 항공사의 차별점을 나름 규정했다. 예를 들어, 화물을 부치고, 다시 탑승, 적재하고, 기체를 손본 다음 주유하고, 수화물 창을 닫고 브리지를 떼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항공사보다 눈에 띠게 줄였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신속함은 빈번한 출발과 더 높은 활용율을 가능하게 했겠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함은 남는다. 사우스웨스트가 이걸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도 꽤나 잘 알려진 답이 있다. 게이트와 지상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후한 보수를 지급했다는 것 말이다.
물론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운항거리와 시간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애당초 기내식은 없었고, 연결 항공편으로 수하물을 이동해 주는 서비스도 없었다. 이뿐 아니었다. 지연과 혼잡이 있을 만한 공항과 노선은 피했고, 심지어 항공 거리도 제한했고 이 탓에 보잉 737 하나로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일화도 있다. 1983년 사우스웨스트는 덴버로 노선을 확장하기로 한다. 하지만 곧 악천후와 혼잡 탓에 번번이 지연됐고 사우스웨스트의 낮은 항공료로는 도저히 비용을 맞출 수가 없었다. 가격을 높이면 될 수 있지만 이건 자신의 경쟁력과 전략적 원칙을 저버리는 셈이었다. 결국 사우스웨스트는 이 노선에서 철수한다.
사우스웨스트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게이트를 다시 돌아나오는 데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일관된 수행 방식은 물론 속도를 늦추는 업무를 배제하는 결단도 있었던 셈이었다. 결국 이들의 성공은 우연한 어떤 관행들의 묶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묶어낸 일관성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혁신을 명료하게 정의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전략 역시 명확해지고 뭘 해야 할지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혁신을 만드는 건 흩어져 보이는 곳에 적용된 일관된 원칙일 때도 있다.
공교롭게 사우스웨스트에게는 '자동차 여행에 비견될 만한 비용으로'라는 원칙이 있었고, 이건 모든 것에 간결한 행동지침이 될 수 있었고 다른 선택들을 정제할 수 있었다.
이 통일된 작은 노력의 결과가 사우스웨스트의 경쟁우위, 바로 로-프릴(low-frills)이 된 셈이었다. 이 방식 하나로 그들은 역사상 가장 지속된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우리는 이들이 시전한 공분모(公分母)라는 작은 공식이 만드는 혁신방식을 알아가고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