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 설립하는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장비 발주가 시작됐다. 최근 포드가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연기를 발표하면서 전기차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복수 국내 장비 협력사들이 SK온과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합작공장 장비에 대해 구매주문(PO)을 받았다.
톱텍은 전날 759억원 규모 이차전지 조립라인 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냈다. 유일에너테크는 269억원 규모 이차전지 조립공정 제조장비를 미국에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이노메트리는 같은날 119억원 규모 이차전지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공급계약 체결 사실을 알렸다.
톱텍은 올해 초 SK온과 포드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에 조립공정 장비를 납품하며 공급망에 진입한 이후 수주를 이어가게 됐다. 톱텍은 조립공정 중 탭웰딩과 패키징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립공정 앞단에 해당하는 노칭장비는 유일에너테크가 수주했다. 유일에너테크는 장폭·단폭 겸용 노칭기를 공급한다. 현대차는 주로 배터리셀 길이가 짧은 단폭 배터리를 적용하지만 미래 기종 다양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이노메트리는 배터리 조립 이상 유무나 품질을 검사하는 장비를 따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영업비밀 보호 요청을 이유로 계약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SK온과 현대차 미국 합작사에 공급되는 물량으로 파악됐다.
추가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성에프앤씨(믹싱), 피엔티·한화모멘텀(전극공정), 원익피앤이·에스에프에이(화성공정) 등이 주요 협력사로 거론된다. 앞서 블루오벌SK 공급망에 진입한 중국 항커커지가 활성화 공정장비를 공급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대차와 SK온은 약 6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공장은 2025년 하반기 이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수요 둔화를 겪으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SK온과 현대차 북미 합작 공장은 예정대로 공사와 장비 발주가 진행해 주목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생산 물량을 축소하고 생산시기를 미루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상황을 반영해 SK온과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GM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를 반영해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했다. 미시간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미뤘다. 전기차 1위 테슬라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을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국내외 공장 장비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SK온과 포드가 합작하는 켄터키 2공장도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되는 만큼 장비 발주도 이르면 연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