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후 폭넓은 소통 행보로 전자 업계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 코로나19 유행 이후 단절됐던 산업계 교류를 재개하고, 조직 위상까지 높이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KEA에서도 남다른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KEA는 지난 4일 한 회장을 포함해 임원사 대표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임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저녁 식사를 곁들인 간담회에서 위기 대응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한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임원 간담회는 KEA 회장이 주관하는 행사로, 상·하반기 연 2회 열린다. 전자 업계 주요 이슈와 협회 내부 안건 등을 공유하면서 임원간 소통을 강화하는 자리다.
정례 행사였던 간담회는 2010년 이후 비정기적으로 열리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잠정 중단됐다. 사실상 유일한 임원사간 소통 채널이었던 간담회가 사라지면서 전자업계 구심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평소 소통을 중시해 온 한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한 회장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부회장 취임 후 임직원에 스스로 'JH'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한편 직원 타운홀 미팅, 추천 도서 공유 등에서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한 회장은 KEA에서도 지난해 4월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첫 대면 임원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해 하반기에도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상·하반기 간담회를 주재하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한 회장은 최근 열린 하반기 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자 업계 불황 속에서도 모두가 힘을 내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EA가 임원 간담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한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한 회장은 소통 채널 재건과 함께 KEA 위상 제고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KEA는 지난달 '한국전자전'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를 주관하는 게리 샤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을 기조연설자로 초청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협업 방안까지 모색했다. 한국전자전을 '한국의 CES'로 키우려는 KEA의 비전이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번 성과는 KEA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지만 CES의 최대 고객이 삼성전자임을 감안할 때 한 회장의 보이지 않은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한 회장은 샤피로 회장과 주요 참석자 환담은 물론 부스 참관까지 직접 안내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회장 성향과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회원사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한 회장 취임 후 소통 채널이 복원됐다”며 “산업 이해도가 높은 '전자맨'이라는 점과 개방적인 성향이 KEA를 전자 업계 구심점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