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양익(鳥之兩翼) , 새의 양 날개란 뜻으로 서로에게 꼭 필요한 관계라는 말이다.
방송에서 플랫폼과 콘텐츠가 그런 관계다. “콘텐츠가 킹이다”란 말에 “플랫폼은 킹덤이다”라고 응수하는 것도 이런 관계를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 관계인 TV홈쇼핑사업자와 케이블TV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간에 송출수수료로 불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중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내놓고 협상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TV홈쇼핑들은 급기야 송출중단을 의미하는 '블랙아웃' 카드를 빼들기에 이르고 있다. 아직 현실화 되진 않았지만 송출중단을 방송고지로 내보내는 일이 TV홈쇼핑 사이에 도미노처럼 일어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당황스럽고 언짢은 심정이다.
같은 생태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프로그램 공급사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유료방송 30년사에 길이 빛날 국내 TV홈쇼핑의 성공은 세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혁혁하다. 홈쇼핑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컸지만 방송정책측면에서 시장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것의 결과이기도 하다. 매출이 오르고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상생을 외치고 협업을 위해 서로간 머리를 맞대던 일도 잦았었다.
그러던 사이가 이제는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냉랭하다.
이해는 간다. 유료방송의 성장 그 이면에는 누구나 알고 있듯 수신료 저가 구조의 그늘이 길게 남겨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지도 못한 채 몇 년 사이 글로벌 거대사업자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습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지역독점 사업자 시절의 규제가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있는 케이블TV 입장에서 보면 규제사각지대에 있는 글로벌 OTT사업자와의 경쟁은 중과부적이다.
TV홈쇼핑 역시도 정부의 규제 틀에서 벗어나있는 거대 정보기술(IT)플랫폼사들의 온라인 홈쇼핑 모델에 산업영역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불만이 크다.TV 홈쇼핑은 방송이라는 이유로 편성과 심의에서 과도하게 규제를 받고 있다. 온라인 홈쇼핑에 비하면 팔다리를 묶어 놓고 경쟁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 주요한 유료방송 산업군인 TV홈쇼핑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간의 갈등 심화를 지켜보는 PP 사업자들은 걱정거리가 한 가득이다. 송출 수수료의 갈등은 결국 중소PP사들의 프로그램 사용료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간 양 사업자 모두 유료방송 산업을 떠 받치고 있었다는 점에 PP사업자들은 깊은 감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기둥이 방송송출 중단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내밀면서까지 방송시장을 혼돈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아쉽다. 무엇보다 그동안 유료방송을 수십년 믿고 시청해 온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양 사업자 모두 한 발 물러서서 양보하는 입장을 취하고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좋을 때만 상생하자고 하는 것은 진정한 상생이 아니다.
무엇보다 방송송출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할 시기는 더더욱 아니다.
박성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 stiger9@cn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