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 선도 국가로 도약하려면 자동차와 소프트웨어(SW)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자신문은 지난 9월부터 6회에 걸쳐 '연중기획:모빌리티 빅뱅'을 연재하고 마지막 7회자로 '모빌리티 강국 도약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전통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는 강국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전동화·자율주행·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생태계 기반을 닦으려면 인재 확보와 함께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국내 SW 인력 다수가 정보기술(IT)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 대다수 자동차 업계는 SW 자체 인력풀이 매우 적은 편”이라면서 “자동차와 SW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지금보다 최소 10배 이상 자동차 SW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W 인력 확보를 위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석문 쏘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플랫폼 기업과 자동차 기업간 SW 인력 처우 차이가 20~30% 격차를 보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는 다양한 차량용 운용체계(OS)를 필요로 한다”며 “OS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모빌리티 SW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가나다순)]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류석문 쏘카 최고기술책임자(CTO)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조정우 일렉트로비트코리아 대표
△채경선 리텍 대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사회=정치연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 차장
◇사회=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중심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진단해달라.
◇나승식(한국자동차연구원장)=글로벌 모빌리티 전환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주행 △친환경 △공유 경제로 요약된다. 제조업 중심이던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 플랫폼, 서비스 등 융합 산업으로 소유에서 공유·이용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 등 다른 산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 구조 자체 변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부품 업체는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를 넘어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커넥티트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 확대를 고민한다. 모빌리티가 하나의 비즈니스(사업화) 모델로 변화의 결실을 맺으려면 앞으로 갈길이 멀다.
◇정구민(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고 테슬라가 2013년 전기차 모델S를 출시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인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를 필두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도 모빌리티를 강조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자율주행 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했다. 친환경 이슈도 있다. 선박, 항공교통(UAM)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기존 LNG뿐 아니라 그린 메탄올과 전기·수소 UAM 등이 떠오른다.
◇사회=소비자가 관심 갖는 레벨4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어떻게 보고 있나.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 위해 규제나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지형(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레벨4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승용차, 상용차, 청소차 등 모두 다르다. 승용차는 상용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2030년 이후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율주행 운행지구 내 유상 여객운송과 화물 운송서비스 등 특례제도에 따라 제한된 구역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승용차 외 레벨4 다목적차량(MPV)을 개발하고 있다. 저속 제한 구간에서 2025년 상용화 될 것으로 본다. 규제 특구 내에서 실증도 참여 중이다. 또 차량 관제, 사물·기기간 연동하는 인프라도 조성하고 있다. 완전 자율차는 현실 가능한 범위에서 다가가야 한다.
◇김준환(스트라드비젼 대표)=완전 자율차 양산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에 필요한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솔루션(SVNet)은 레벨4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대응하고 사업화를 위한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 자율차는 기술 발전 속도만으로 어렵다. 국가별, 도시별, 상황에 따라 다르고 진보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시장 요구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책적으로 자율차나 자율 주행이 보장된 환경 도입 시 시간은 앞당길 수 있다.
◇사회=친환경차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영향 등으로 판매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투자나 개발 계획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채경선(리텍 대표)=친환경차는 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빨랐다. 수소차는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친환경 대표 자동차다. 다만 실제 도로에서 다니는 차량은 많지 않다. 개발은 빨랐지만 상용화에서 늦었다.
환경부에서 친환경 관련 예산을 많이 쓴다. 대부분 전기 승용차 분야에 자원이 집중됐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 전기 트럭 생산 거점을 다녀왔다. 대형 전기 트럭을 4000대 이상 팔고 있었다. 도로에서 운행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 외 확실한 로드맵을 세우고 개발, 구매로 이어지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사회=자율주행을 넘어 SDV 이슈가 많이 나온다. 완성차의 SW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어떻게 시장에 대응하고 있나.
◇나승식=SDV 성장과 경쟁력 핵심은 전문 인력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SW 인력 규모는 1000명 미만이다. 미국은 3만명 이상 있다. SDV 신산업 성장을 보면 우리나라는 1만명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SW 인력 가뭄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자동차 SW 인력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토사'를 활용한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융합형 인력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 중점 교육 센터와 광역 거점 대학을 연계한 종합적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자연이 자동차 부품기업 지원사업, 미래차 사업 재편 인력 양성 사업을 연계해 중견·중소 기업 SW 직무 전환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정구민=오토사는 자율주행, AI 등을 심기 위해 여러 SW 운용체계(OS)를 구현한다.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범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MCU) 등은 각각 어댑티브 OS, 클래식 OS 등을 관리한다. 이들을 관리하는 언어 모델(C·C++)도 상이하다.
정부기관, 사설기관뿐 아니라 정부 SW 플랫폼 개발 과제와 인재 확보·기업 취업 등 SW 플랫폼 전문 인력이 기업으로 취업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차량용 OS를 이해하는 인력만 있더라도 SW 플랫폼 개발이 수월할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SW 플랫폼을 잘 알아야 SDV 시장에 대응할수 있다.
◇조정우(일렉트로비트 대표)=현대차 차량용OS 'ccOS', 폭스바겐의 OS 'VWOS', 토요타의 OS '아린OS' 등을 OS로만 이해하기 쉽다. 이는 OS를 포함한 광범위한 SW 플랫폼을 의미한다. 자동차 업체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SW 개발을 주도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플랫폼 내 다양한 차량용 AP, CPU 등을 관리하는 OS를 독자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니와 혼다처럼 하나의 협력 사례도 필요하다. 소니와 혼다는 새로운 전기차 아필라에 SW 관련 제품을 사용한다. SDV는 광범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자동차 제조사 모빌리티 혁신, 핵심 차량 구동에서 SW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SW 중심의 협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SDV 분야에서도 생태계 협업이 필수 과제다.
◇사회=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에(MaaS) 대한 관심도 높다. MaaS에 대해 짚어본다면.
◇류석문(쏘카 최고기술책임자)=MaaS는 플랫폼 성격을 갖고 있다. 산업 규모가 크지만 수익 구조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비스 제공 업체 가운데 영세 업체도 많다. 거대한 성장 산업은 맞지만 현재 실정은 그렇게 못하다.
서비스에 대한 적정 대가도 지불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결국 MaaS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수수료를 최대한 줄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준환=MaaS는 미래 모빌리티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채택 가능한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서비스와 기술이 정착되는 단계라 사건·사고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대한 편견도 있는듯 하다.
우리가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부정적 부분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지역 사회에 어떤 공공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지 봐야한다. 로보택시 도입을 통한 심야 탑승시 불안감 해소,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 대한 차별 해소 등이 그렇다. 사람 대신 해결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회=로봇, 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플랫폼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성장이 빠를수록 준비할것이 많아 보인다. 인력 양성만큼이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류석문=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마다 비슷했다. 차량 공유업체 타다 사태 때도 그랬다. 시장이 개화하면 기존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인식이 반복됐다. 기존 레거시 업체와 갈등도 유발할수 있다.
택시처럼 차량 공유 시장에서 자율주행차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과 도움도 필요하다. 네이버,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은 다른 산업 대비 SW 전문 개발 인력을 많이 보유했다. 모빌리티도 SDV 시장에 대응해 플랫폼 인재 채용, 전문 개발자 등 모빌리티 시대에 걸맞게 좋은 환경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지속 유입해야 한다.
◇한지형=SW 인력에서 신입과 경력 사이에 존재하는 양극화도 심하다. 고급 인력은 채용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네이버, 쿠팡과 같은 곳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자동차 산업에서 SW 인력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언어도 굉장히 중요하다. SW 개발자 관련해서도 언어에 대한 기본 교육 등 교육 체계가 중요하다.
◇나승식=자동차는 제조업의 꽃이다. 국내 제조업 생산, 총수출액 각각 10분의 1을 차지한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로봇, UAM 등 모빌리티와 관련 서비스 등 미래차로의 전환 등 다차원의 대응을 위한 이슈가 늘고 있다.
글로벌 전동화 탑티어(Top tier)도약, 생태계 전반의 유연한 전환, 안정적 공급망, 자율주행, 모빌리티 신산업 창출 등 정부, 민간, 학계,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분야별 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연구원도 기술 혁신과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연구역량을 키우겠다.
◇사회=각 분야별로 좋은 의견 제시 감사하다. 전자신문도 언론 차원에서 협력하며 국내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정리=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김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