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13일 발표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인 '공정과 상식'을 게임 산업 전반에 바로 세우도록 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게임 이용자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정부가 나서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대목에서는 게이머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힌다.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은 “그동안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정보없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게이머 몫이었다”며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게이머가 투명하게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고 공정하게 구매할 수 있는 첫걸음을 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형 기준 명확화... 새 모델도 고시 대응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 유형을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으로 구분했다. 각 유형 명칭은 기존 게임에서 친숙하게 쓰이는 용어를 활용해 게이머가 알아보기 쉽도록 했다.
캡슐형은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그 결과물이 제공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의 캐릭터나 무기, 의복 등이 대표적이다. 확률 뽑기로 얻게 되는 모든 게임 아이템 종류와 등급·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강화형은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효과·성능·옵션 등을 변화시키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캐릭터 능력치를 성장시키거나 무기 등급을 올릴 때 적용되는 모든 결과와 확률 정보가 의무 표시사항에 포함됐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에서 무기 강화 성공률이나 강화 실패에 따른 파괴 확률 등이 해당한다.
합성형은 '게임아이템 등을 결합해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결과물을 획득하는 게임아이템'이다. 뽑기가 아니더라도 기존 보유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합쳤을 때 얻게되는 결과와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게임 아이템을 모아 특정조합을 완성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도 포함됐다. 캡슐형으로 획득한 캐릭터나 아이템 목록을 채워나가는 '도감'을 예로 들 수 있다.
추가 표시사항으로 일정 횟수 이후 아이템을 확정 지급하는 '천장 제도', 특정 시행 결과가 다른 시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확률형 아이템 제공 수 또는 제공 기간이 한정된 경우 해당 정보 또한 공개 대상으로 명시했다. 향후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더라도 문체부 장관 고시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영세게임사 제외... 확률 정보는 백분율로
표시 의무 대상 게임물은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며 정보통신망을 통하는 모든 게임물이다. 일부 아케이드 게임과 등급분류 의무가 면제된 교육·공익적 홍보활동 목적 게임물 등은 제외됐다. 영세게임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원 이하 중소기업이 제작·배급 또는 제공하는 게임물도 예외대상이다. 게임시간선택제 예외기준 '매출액 800억원 이하'에 비해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확률정보 표시는 백분율, 사전공지 등을 일반원칙으로 정했다. 이용자가 찾기 쉬운 곳에, 검색 가능한 형태로 확률정보를 게시해야 한다. 게임물, 홈페이지, 광고·선전물 등 매체별 표시 방법도 상세히 구정했다.
◇게임위 모니터링단 운영... 거짓 표시 엄중 검증
확률정보 미표시 및 거짓 표시를 확인하기 위한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은 24명 규모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설치된다. 확률정보 미표시 게임물을 단속하고, 확률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되면 검증에 나선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해 후속 조사를 실시한다. 업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초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해설서도 배포할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개정안 시행까지 의견 수렴 등 절차가 남은 만큼 세부 사항을 면밀히 살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자세한 내용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