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그리고 비명계 신당, 그 성공 조건은?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총선 시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신당설이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이준석 신당설이 주목받고 있고, 야권에서는 조국 신당, 그리고 비명계 신당설이 나오고 있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조건이 성숙돼야 한다. 일부 신당의 경우, 자신들의 정치적 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관적 희망 사항일 뿐이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서, 신생 정당의 비전까지 유권자들이 신경 써주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유토피아적 사고'라는 말이다. 정치는 생물일 뿐, 당위론이 지배하는 세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 존재하는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기만 하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여론조사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66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21.1%가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5.4%, '국민의힘'은 32.2%였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이준석·유승민 신당' 지지율이 30.1%로 '국민의힘(29.8%)'과 '민주당(27.6%)'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고 한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면, 이런 여론조사 결과로 미래의 정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당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신당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을 수 있지만, 막상 신당이 창당되고 진흙탕인 정치판에서 뒹굴기 시작하면, 그런 기대와 희망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신당설'과 '신당 창당'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당설은 추진 세력에게 일정부분 이익을 선사하지만, 막상 창당하면 상황은 180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여론조사를 가지고, 신당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신당이 성공하기 좋은 환경이란 무엇일까? 정치적 양극화의 수준이 낮아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을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당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정치 사회적 분위기는 투표 행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한 곳에서는 중도층마저도 투표장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의 양극화는 매우 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부터 정치적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는, 신당이 출현해 자리잡기 힘들다.

3지대 총선 현황
3지대 총선 현황

과거 자민련이나 통일 국민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당시의 정치적 양극화가 현재보다는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신당이 출현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지역 기반이 있는가? 둘째는 두터운 팬덤이 있는 정치인이 포함돼 있는가? 셋째는 유력 대권 주자가 신당에 함께하는 가? 세 가지 조건 중 최소한 두 가지는 갖춰야 신당을 창당해도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지금 거론되는 신당을 보면, 이렇다. 먼저 이준석 신당의 경우, 지역 기반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의 심장 TK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인데, 출마한다고 해서 없는 지역 기반이 생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팬덤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 팬덤의 규모는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에 유력 대선 후보가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가 존재하는 정당만이 살아남는다. 총선이 '회고형 투표' 성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면 사표 방지 심리가 발동해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국 신당은 어떨까? 조국 전 장관에게도 팬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한때 유력 대선 주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확보할 수도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정당이 의원 3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조 전 장관이 당을 만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거의 상황적 조건이 지금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과거 조 전 장관 이슈가 진행형일 때와, 본인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자신의 부인마저 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다가 가석방된 지금의 상황을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당시보다 조 전 장관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다고 할 때는, 과거에 존재했던 조건을 현재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민주당만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즉, 총선 구도가 조국 심판론 혹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굳어지고, 공정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총선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명계들이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차릴 경우는,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행동할 의원들 수가 적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선거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게 되고, 함께하는 의원이 많을수록 구심적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그 구심점이 유력 대선후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남 출신 정치인이 주류인 정당이 돼버린 민주당을 대신해,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비명계들이 신당을 차릴 경우에는, 다른 신당들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들 신당이 출현할 경우, 이들 신당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총선에서 신당이 2% 정도만 잠식해도 당락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성공해서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가 완화돼야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는 역설이 이번에도 증명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yulsh@mju.ac.kr

신율 명지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필자〉 1987년 고려대를 졸업했다.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통일연구원을 거쳐 199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정치학과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MC, YTN '신율의 시사탕탕' MC 등 다양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