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십년 간 추진해 온 정보화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 디지털 혁신 사례로 이어지면서 지역 소멸을 막는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정부가 디지털 혁신 거점 등 디지털 중심의 지방발전에 속도를 내는 정책을 발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지자체의 정보화 사업 투자는 더욱 늘고, 정부 지원금도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자체의 중앙 정부 예산 의존도가 커질수록 지역에 시급한 디지털 사업은 뒷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과 중앙 정부 간에 균형 있는 역할 분담 등으로 세밀한 지역 디지털 혁신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쌓이는 지역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
우리나라에서 정보화 사업 시초는 약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96년 제1차 정보화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지난 2021년 제2차 전자정부 기본계획을 추진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정보화 지원 △차세대 지방행정 공통시스템 구축 △지자체 데이터 활용 과제 발굴 및 현장적용 확산 등을 핵심으로 추진했다. 디지털 전환, 디지털 혁신과 일맥상통한다.
지역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는 늘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추진한 지역 소프트웨어(SW) 산업 진흥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NIPA는 지역 SW 서비스업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지난 2022년 약 120억원, 2023년 약 100억원을 지원했다. 강소 SW 기업과 초기 스타트업은 SW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NIPA는 'SW 융합클러스터 2.0'도 전개했다. 총 10개 지역 SW 융합클러스터에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각각 약 163억원, 약 168억원을 지원했다. SW 융합클러스터는 부산, 인천, 경북, 전북, 경남, 울산, 충남, 강원, 충북, 대구·제주에서 지난 2022년에만 일자리 1296개 창출, 신사업 모델 115개 발굴, 인력 1730명 양성 등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도 성공 사례를 늘렸다. 대표적인 스마트빌리지 사업은 지역 주민생활 전 분야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지능정보기술을 접목, 농가 일손 부족 같은 지역 현안을 해결했다. 지난 2019년부터 추진됐고 2023년에만 예산 약 632억원을 편성, 지원했다.
김해시와 청주시는 스마트빌리지 사업에 따라 자율작업 트랙터를 개발하고 보급했다. 농촌지역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였다. 이외에 각 지역이 스마트빌리지 사업 일환에서 △드론·AI 기반 지능형 낙지자원 관리 △무인드론 기반 농업 방제 서비스 △지능형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 서비스 등을 추진했다.
◇지역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박차···성공 사례 더 늘 듯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작성한 2021년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별로 디지털 생태계 격차는 컸다. 디지털 기업수 비중을 100%로 볼 때, 수도권이 78.2%로 압도했다. 동남권(6.3%), 충청권(5.9%), 대경권(4.1%), 호남권(3.8%), 강원(1.1%), 제주(0.7%) 등은 두자릿수를 넘기지도 못했다.
다만 지역에서 디지털 생태계 성장 사례는 움텄다. 대전은 KAIST에서 배출된 디지털 인재를 주축으로 지역 강소기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대전을 근거로 한 10개 기업이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은 해운대 센텀지구를 중심으로 국내외 디지털 기업과 디지털 인재를 유입시켜 성장을 촉진한다.
정부는 지역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더욱 강화한다. 성공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역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는 'DREAM' 정책을 발표했다. 목표로는 오는 2027년까지 지방 △디지털 경제 총 생산액 30조원 △디지털 인재 정착률 50% △디지털 취약계층 정보화 수준 83%를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혁신지구 단계별 조성계획'을 추진한다. 먼저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을 지원한다. 지역 내 산재된 디지털 인프라를 집적·연계한다. 산·학·연 간에 협력체계 구축과 인적교류 활성화 등을 지원한다. 대구와 부산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투자를 늘린다. 종국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민간 주도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부터 분야별 강점을 가진 권역을 주축으로 AI·데이터 간 융합을 선도하는 '권역별 AI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디지털트윈 시범구역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구축 등도 추진한다. 지역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는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국가 전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인 디지털이 지방균형발전에 있어서도 새로운 가치이자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범정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신기술이 지방 주력 산업과 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중앙 정부 의존도는 심화···균형 '숙제'
지역 정보화 사업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화 시행계획 등에 따르면 지자체 정보화 사업 규모는 지난 2020년 2조1214억3200만원에서 2021년 2조2955억7800만원으로 1741억4600만원 증가했다. 이어 2022년에는 2조6888억5000만원까지 늘었다.
지자체 정보화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지원은 확대됐다. 2021년에는 총 18개 중앙부처가 392개 사업에서 약 3925억원 예산 규모로 지원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총 22개 중앙부처가 1418개 사업에서 약 9094억5300만원 예산 규모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여 만에 정부 지원 예산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중앙부처 지원은 버스정보시스템,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정보 격차 해소 등 전국에서 통일성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집중됐다.
지역에서 정부 예산 의존도가 커질수록 지역 현안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디지털 사업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지역이 주도해 현안에 맞는 장·단기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준수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은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디지털 도입·발전 정도도 제각각”이라면서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획·추진·성과관리까지 한다면 더욱 실질적 디지털 전환 사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지방 소멸 위기를 타개하도록 지방 정부에 확대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방 시대를 구현하고 지방 정부가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치 입법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