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내년 상반기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진출한다. LG전자가 가진 제조·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테슬라가 주도하는 북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전자는 11kW로 충전이 가능한 완속충전기와 175kW로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를 내년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고 16일 밝혔다.
11kW 완속충전기는 벽에 부착하거나 세우는 등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쇼핑몰, 마트 등 충전기가 설치된 상업 공간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도 탑재한다.
175kW 급속충전기는 미국 표준규격인 CCS1(Combined Charging System)과 테슬라 규격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두 가지 충전방식을 동시에 지원한다. 외부에는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광고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LG전자는 내년 하반기에는 상업용·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급속충전기 라인업을 확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한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하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7월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중·장기 미래 구간에서 주목해야 할 변곡점 중 하나로 '전기화'를 꼽으며, 기업간거래(B2B)와 신사업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7kW(완속) △100kW(급속) △200kW(급속) 등 총 4종의 충전기 제품을 생산, 이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북미 시장까지 노리는 LG전자는 시장 규모와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5년간 총 50억달러(약 6조5300억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을 구축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프로그램(NEVI)'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시장 규모 역시 2025년 32억달러(약 4조18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북미 시장에선 테슬라가 급속 충전기 시장의 65% 이상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차지포인트 역시 충전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LG전자는 가전·TV·전장을 아우르는 제조 역량과 품질 관리, 공급망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다. 미국 내 호텔 TV 설치 등 B2B 사업으로 구축한 영업망과 고객지원, 유지 보수 전문인력을 보유했다는 점도 타 업체와 차별화 요소다.
내년 상반기 사업 개시를 앞두고 현지 생산 거점도 마련 중이다.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 일리노이주 링컨샤이어 등 LG전자가 보유한 북미 지역 거점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흥규 LG전자 EV충전사업담당 상무는 “안정된 품질의 다양한 전기차 충전기 제품과 차별화된 충전 솔루션을 공급해 미 전기차 충전기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 시장의 전기화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기회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