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은 새롭게 시행되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까다로운 발행요건과 주주 동의 요건으로 인해 구체적인 시점은 고심 중인 곳이 많았다.
벤처기업협회는 16일 벤처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활용 의향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투자유치로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7일 시행된다.
응답 기업의 70.8%는 향후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도입 시기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52.4%로 가장 많았다. 향후 3년 이내와 1년 이내가 각각 30.1%, 13.1%로 뒤를 이었다.
다만 복수의결권을 활용하겠다고 답한 206개사를 대상으로 요건 충족 여부를 질문한 결과 75.2%(155개사)가 충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누적 100억원 이상 투자유치·마지막 투자유치 50억원 이상이면서, 마지막 투자로 인해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해야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 역시 발행요건 충족이 31.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총주주 동의(29.4%)와 주식 대금 납부(18.9%)가 차지했다. 발행주식 총수 4분의 3이 동의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로 정관 개정 후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절차 역시 비상장 벤처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계획이 없는 기업은 44.7%가 투자유치 미계획을 이유로 들었다. 벤처기업협회는 다음 달 6일까지 중소벤처기업부와 복수의결권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고 제도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업계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어렵게 도입된 만큼 벤처기업이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길 바란다”면서 “협회도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지속 건의하고 제도 도입 컨설팅 등을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