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리즈는 1972년 등장한 이후 전 세계에 800만대 이상 팔린 BMW의 주력 세단이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8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변신한 뉴 5시리즈 역시 독보적인 디자인에 디지털 혁신을 담았다.
지난 10월 초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뉴 5시리즈를 시승했다. BMW만의 운전 재미에 편안함을 더한 주행 감성, 첨단 편의 장비와 디지털 서비스 등을 균형 있게 구성해 전체적인 차량의 완성도를 강화한 점이 돋보인다.
눈에 띄는 변화는 디자인이다. 뉴 5시리즈 소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BMW그룹 디자인 총괄은 “뉴 5시리즈는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선을 사용해 우아함과 강력한 존재감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차체는 기존 세대보다 길이 95㎜, 너비 30㎜, 높이 35㎜, 축간 거리 20㎜가 각각 커져 동급 최대 수준의 공간을 갖췄다.
호이동크 총괄은 “BMW를 대표하는 트윈 헤드라이트와 키드니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새로운 주간주행등을 적용한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 조명인 아이코닉 글로우는 그릴과 조화를 이뤄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측면은 높은 숄더 라인과 뒤쪽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뚜렷한 캐릭터 라인이 매끈하게 떨어지며 볼륨감을 강조한다. 뒷면까지 길게 뻗은 C 필러에는 숫자 5를 나타내는 그래픽을 음각으로 적용했다. L자 모양의 크롬 스트립을 넣은 리어라이트는 안정적인 후면 모습을 완성한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철학을 기반으로 진화했다. 공간 변화의 핵심은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디지털화된 스크린을 구성한다. 스티어링 휠은 하단부를 평평한 모양으로 설계했고, 햅틱 피드백을 적용한 컨트롤 패널과 센터 콘솔에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했다. 기어 셀렉터 역시 스위치 방식을 채택했다.
실내는 완전 비건 소재를 사용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BMW의 기업 철학을 담아 개발한 베간자 소재다. 시트와 대시보드 및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 등에 기본 적용되는 데 실제 가죽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지녔다.
파워트레인도 혁신을 거쳤다. 모든 내연기관 모델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을 적용했다. 강한 힘과 우수한 회생제동 효율을 바탕으로 연료 소모량 최소화, 승차감 개선 등에 기여하는 기술이다.
48V MHEV 시스템은 추월이나 출발 가속 시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11마력을 추가 발휘한다. 정속 주행 중에는 엔진을 보조해 연료 효율을 높인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나 탄력 주행 기능 사용 시에는 재시동 시 진동을 최소화한다.
시승차는 2.0ℓ 4기통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뉴 523d xDrive로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엔진은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와 조화를 이뤘다. 디젤 모델임에도 진동이나 소음 유입을 잘 차단해 정숙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들지 않았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 시간은 7.3초로 부족함 없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연비도 훌륭하다. 복합 연비는 13.8㎞/ℓ로 시승 당일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16㎞/ℓ 이상을 유지했다. BMW는 디젤 모델 뉴 523d 외에 가솔린 모델 뉴 520i와 뉴 530i, 최초의 순수 전기 모델 뉴 i5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한결 부드럽게 세팅한 승차감이다. BMW가 오랜 기간 추구한 역동적 주행 성향에 편안한 승차감을 더했다. 역대 BMW 모델들이 실현한 전후 50:50 무게 배분과 긴 휠베이스와 넓은 좌우 바퀴 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능적인 경량화 설계, 차체 및 섀시 조립 강성 향상 등을 통해 밸런스를 조정했다.
특히 향상된 섀시 기술과 차체 제어 시스템은 모델 각각의 파워트레인에 맞춰 무게 중심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이를 위해 직접 제어식 휠 슬립 제한 장치,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 가변 스티어링 조향비를 적용한 스포츠 스티어링 시스템을 채택했다.
국내 고객이 선호하는 다양한 장비를 기본 적용한 점도 주목된다. 뉴 5시리즈 모든 모델은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통풍 기능을 추가한 앞좌석 시트, 전동식 트렁크,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탑재했다. 가격은 뉴 520i 6880만~7330만원, 뉴 523d 7580만~8330만원, 뉴 530i xDrive 8420만~8870만원이다. 전기 모델 뉴 i5는 9390만~1억3890만원이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뉴 5시리즈는 BMW 고유의 날렵한 주행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경쟁 모델들의 강점인 편안함까지 흡수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제네시스 G80 등 국내에서 경쟁이 치열한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왕좌에 오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