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와 조직을 몸 밖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신체장기 기능과 구조를 모사해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신약개발과 정밀의료에 사용하기 위한 첨단 바이오기술이다.
글로벌기업들은 세계적인 연구자들로부터 특정 오가노이드 제작기법을 이전받아 자사의 제품과 패키지로 판매 중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오가노이드 제작에 필요한 원재료, 시약, 분석장비를 대부분 고가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정부 출연 연구소, 학계, 기업 등에서 부지런히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오가노이드 제작·품질 평가를 위한 표준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입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는 오가노이드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선도국들이 표준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배적 표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만약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프로토콜을 국제기준으로 만든다면 우리나라의 핵심기술 대외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곧 실용화단계에 이를 오가노이드 분야부터 제작과 품질평가기법의 표준화를 공략해 한국산 프로토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공인 제조·시험법으로 등재한다면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학계, 연구계, 기업소속 전문가들이 9월 15일 오가노이드 표준연구회(OSI)를 창설했다. 우리가 오가노이드 표준제조법을 만들고, 완성된 품질평가 기준을 제시하게 될 분야는 간, 장, 신장, 심장 등 7대 분야다.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는 규제 관점에서, 오가노이드 연구자·공학자들은 제조와 품질관점에서, 표준전문가들은 국제규격 관점에서 합의 정신을 발휘해 장기별 오가노이드 실용화를 위한 품질 평가항목을 개발 중이다.
오가노이드 표준연구회에서 현재 개발 중인 평가항목은 향후 OECD 시험 평가법과 ISO에서 국제표준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것들이다. 표준 개발과 제정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표준제조법과 품질시험법을 만들어 국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 원두가 나지 않지만, 에스프레소 기계를 처음 만들고 라떼나 카푸치노 등 표준제조법을 만들어 세계에 보급했다. 이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이탈리아는 커피 생산국이 아니지만 커피 산업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표준화의 또 다른 성공사례는 다이아몬드 품질평가 기준 4Cs(컷, 중량, 투명도, 색깔)이다. 미국인 보석상이자 교육자인 로버트 시플리는 다이아몬드 가치를 재현성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기준을 측정하는 장비도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도 이 기준으로 세계 다이아몬드 가격을 매기고, GIA감정서를 발행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도 오가노이드 표준 연구회를 통해 커피와 다이아몬드와 같은 표준화 성공사례를 바이오분야에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선주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오가노이드 표준연구회 총괄(외부)) april014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