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경북 구미 공장은 반도체 기판 전진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회사는 구미에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해왔으나 신규 사업으로 낙점한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라인을 구미에 짓고 있다.
FC-BGA는 서버나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부가 반도체용 회로기판이다. 일본과 대만이 주도하고 있던 품목인 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기회를 잡은 LG이노텍이 세계 1위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지명 LG이노텍 기판소재연구소 선행기술팀장은 2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 기조연설에 나서 “반도체 기판 슬림화를 위해 기판 코어(내부 지지층)를 제거한 '코어리스' 공법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여러 개의 기판층을 정확하고 고르게 쌓는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반도체 기판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연구개발(R&D)이 치열하다. LG이노텍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및 PC·서버용 기판, 시스템인패키지(SiP)·안테나인패키지(AiP) 등 다양한 반도체 기판을 공급한다. FC-BGA는 4130억원 이상 투자를 통해 신규 추진하고 있다.
기판 두께 축소와 적층 기술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반도체 패키징 업계 대표 과제다. 스마트폰의 경우 배터리 비중이 늘어나면서 대신 메인보드·인쇄회로기판(PCB)은 줄고 있다.
이 팀장은 “LG이노텍은 고주파 신호 전송을 위해 저조도 동박 적용을 확대하고 저유전율(Low Dk)·저손실(Low Df)용 접착제·절연층(PPG)과 레진코팅동박(RCC) 개발로 반도체 기판 성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 고도화 행보는 반도체 산업 내 기판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5세대(5G) 이동통신 시장 성장으로 대용량·저전력·초고속의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칩과 메인보드 간 전기 신호 연결, 외부 충격 보호, 공정 수율 향상을 위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회사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에 대비한 차세대 기판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초미세 공정 전환 속도가 느려지면서 대안으로 부상한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중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 처리하고 대역폭을 크게 늘린 첨단 반도체 기판이 대표적이다. 빠른 신호 처리 속도와 대역폭 향상은 첨단 패키징이 풀어야 할 대표적인 숙제로 손꼽힌다.
AI 확산과 함께 급성장한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공략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HPC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FC-BGA 기술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서다. 반도체 시장 침체로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 성장도 둔화됐지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FC-BGA 수요는 점점 회복되고 있다. 반도체 기판 업계가 FC-BGA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팀장은 “LG이노텍은 스마트폰 기술 트렌드 변화, HPC 수요 확대 및 반도체 노드 감소에 따른 회로 미세화와 대면적·고다층 수요를 고려해 기판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