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경험'. 얼마 전 열린 스마트금융콘퍼런스에서 금융·핀테크업계 리더들이 강조한 키워드다. 이들은 고객이 가진 금융 고민을 해결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해결책이 기술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은 개인별 성향에 따른 맞춤형 자동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화상인식 기술은 얼굴을 곧 결제수단으로 만든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점은 기술을 통한 서비스 확장이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토스플레이스는 새로운 결제단말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손님에게는 직관적인 결제 경험을 선사했다. 사장님에게는 결제 연동 통합 매장관리 시스템을 제시했다. KB국민카드는 AI마케팅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혜택 정보를, 마케터들에게는 마케팅 비용 절감과 업무 만족도를 제공한다.
새로운 기회가 승자와 패자를 양단한다는 우려는 오랜시간 있어왔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고용주 배만 불린다거나, 공유 서비스가 기존 사업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식이다. 요즘에는 생성형AI로 관련 사업자만 살아남고, 그 외 인간은 도태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분하다.
하지만 기술의 방향은 달라졌다. 기술이 다수를 향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고용인과 피고용인 등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다. 그 덕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접하는 국가와 사회, 개인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승패논리에 갇혀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모습이 목격된다. 대환대출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은 플랫폼 종속과 고객이탈을 우려하며 플랫폼 입점을 주저했다. 승패 이분법이 아닌 경험 확장 측면에서 본다면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된 플랫폼 입점은 금융회사들에게 새로운 고객 확보와 상품 경쟁력 강화라는 기회로 작용한다. 업계가 미적대는 사이 대환대출 플랫폼은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보험비교·추천플랫폼이 출발 이전부터 암초에 걸렸다. 디지털화에 대립각을 새우던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이번에는 한 편으로 모였다. 설계사들은 디지털 서비스에 고용 감소를 우려하고, 보험사들은 고객 유출을 우려했다. 결국 보험 상품군과 API 연동 내역이 한정되며 내년 1월 출시될 서비스도 무의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넓은 시야로 서비스를 바라볼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간편결제는 고객을 중심에 둔 서비스였지만, 자영업자 업장 환경까지 고려하며 점차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내국인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까지 고려하자 간편결제의 범용성과 확장성은 더욱 커졌다. 자영업자와 카드사가 간편결제라는 새로운 인프라에 거부감을 느꼈다면 지금의 간편결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 사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 빅블러 시대. 금융시장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금융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열린 자세가 필요한 때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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