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은 죽기 직전에 사야 후회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가격, 성능, 안정성을 고려해 구매를 미루다 보면 새로운 기능의 신제품이 매년 출시된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리는 매년 1월은 얼리어댑터에게는 잔인한 달이다. 1년을 기다렸는데 또 구매를 고민해야 한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와이파이(Wi-Fi)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원격 재택 근무, 영상 회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폭발적 증가로 와이파이5 무선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일례로 한 대학에서 10년이 다 돼가는 와이파이5 인프라로 영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면 와이파이6·6E 네트워크 도입을 고민할 것이다. 그러던 중 와이파이7 AP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액세스포인트(AP) 교체 뿐만 아니라 무선근거리네트워크(WLAN) 컨트롤러, 라이센스 비용, 그리고 AP 최대 전송 속도를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전력송신(PoE) 스위치를 포함한 코어급 네트워크 장비까지 교체해야 한다.
최신 기술의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도입을 위해 계속 기다려야 할까.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이슈로 와이파이6E 규격의 AP와 단말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와이파이6 규격의 디바이스가 시장에 등장한 지 2년 정도인데, 와이파이7이 상용화될 때까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와이파이7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을 확보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당장의 고객불만을 인내해야 한다.
이처럼 예전에는 와이파이가 끊김 없고 빠른 속도를 지향하는 성능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인프라뿐 아니라 서비스도 함께 제공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워치, 헬스 밴드, 비콘, 스마트 홈 장치 등을 통해 실시간위치추적(RTLS), 자산 이력 및 경로 분석, 저전력블루투스(BLE)를 이용한 자산의 유지보수 제어와 같은 서비스 차원의 와이파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무선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복잡한 유무선 통합관리를 위한 솔루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모바일 기기 및 클라우드 보안 침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 엑세스(ZTNA) 기반의 네트워크 아키텍처 같은 보안 솔루션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챗GPT 열풍으로 인한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기반의 네트워크 운영 솔루션은 총소유비용(TCO)을 감소시키고 IT 자산 관리의 부담을 줄여준다. 와이파이를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전환하면 IT 관리자는 운영 관리의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와이파이를 서비스 중심으로 제공할 수 있다.
무선 네트워크 역시 인프라가 아닌 서비스형 네트워크(Network as a Service, NaaS), 서비스형 와이파이(Wi-Fi as a Service, WaaS)로 접근하면 최신 와이파이 출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자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운영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구독형 혹은 공유 경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따릉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가 일상화됐다. 네트워크 역시 유무선 통합관리 솔루션을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가용 기술로 최적의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춘식 알카텔-루슨트 엔터프라이즈 한국지사장 chunshik.shin@al-enteprrise.com